언어와 인종이 일치해야 할 것 같은 사회에 익숙한 우리는 매우 협소한 인식의 세상에서 지내온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다문화를 핫한 이슈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다양한 소통의 프로그램들도 많이 생겼지만 이는 그리 얼마 되지 않은 최근에 갑작스레 일어난 현상들이다. 러시아의 문화나 러시아 사람들을 불편하지 않은 시각으로 대할 수 있으려면 그들의 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낯설어서 내가 먼저 움츠러들지 않으려면 관심을 가지고 잘못 형성된 선입견을 하나씩 하나씩 지우거나 수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러시아는 우리가 모르고 살아도 괜찮을 정도로 그리 먼 곳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슬라브 민족 이동기, 고대 도시국가시대(9-12세기)에서 키예프시대까지, 중세 모스크바시대(13-17세기)의 3시기로 나누어 러시아의 인문과 예술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각 시간축에서 역사, 언어/문학, 미술, 음악, 건축으로 나누어 각 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러시아 사람들의 삶의 모습, 즉 그들이 지금의 터전으로 어떻게 이주해 왔으며, 어떠한 일들을 겪으며 또 어떠한 삶의 흔적들을 남겼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하이델베르크대학, 보쿰대학 슬라브어학 전공(Ph. D.). 저서로『러시아 언어학 연구의 방법과 문제』(공저, 1995), 『러시아어 연구』(2000), 『러시아어』(2005), 『러시아어 문법』(2007), 역서『번역의 이론과 방법』(공역, 2006), 논문「러시아인의 영웅담」(2008), 「민담의 구조분석을 위한 방법론」(2008), 「영웅에 대한 인식」(2010), 「문화텍스트를 위한 생성문법」(2013), 「맥락서술방법론」(2016)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