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행이 그리운 지금

여행작가로 활동하면서 세계의 여러 도시를 여행했고 대표적인 건축물은 대부분 찾아다녔다.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디였어?" "뭐가 제일 좋았어?" 하는 질문은 늘 따라다녔다. 주제가 여행이라면 what으로 시작하는 질문은 대답하기가 조금 어렵다. 그러나 "에펠탑은 어땠어?"처럼 how로 시작하는 질문엔 두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이른 아침에 갔어. 해를 마주보고 있으니 시커먼 에펠탑이 나에게 엄습해오는 기분이었지. 압도되었다고나 할까?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고 심지어 감동적이기까지 했어." 여행엔 정답이 없으므로 이런 식의 대화를 좋아한다.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크고 멋진 건축물 앞에서 사진을 남긴다. 최대한 건축물이 다 나오게 하려고 눕기도 하면서 애를 쓴다. 건축의 의미를 잘 몰라도 그 자체로 '멋지므로' 건축은 여행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이 책은 건축전문가의 시각에서 쓴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작가로서 바라본 건축 여행기다. 소소한 에피소드와 사람 이야기도 버무려져 있다. 권력자의 욕망이 담긴 건축물에서부터 종교 건축물, 사라질 뻔 했지만 소중한 풍경으로 남은 문화재생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행 이야기를 담았다. 결국 건축도 사람사는 이야기였다.
수백년 된 돌담, 그레고리안 성가가 울려퍼지던 성당,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살던 공동주택, 호화로운 궁전... 여행길에서 만난 모든 공간이 그립다. 지난 이야기를 기록하며, 코로나19라는 깊고 어두운 터널을 빨리 빠져나갈 수 있길 기도해본다. 우리는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작가, 김진

1. 권력과 건축
기구한 운명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연기대상 루이 14세 <베르사유 궁전>
벚꽃과 세그웨이 <워싱턴 D.C.>
금지된 또다른 세계 <베이징 자금성>
승리만 허락하는 문 <파리 개선문>

2. 종교와 건축
피렌체의 거의 모든 것 <피렌체 두오모>
다가갈수록 떨리던 길 <프랑스 몽 생 미셸>
파리의 어머니 <노트르담 대성당>
천국에 가까운 <그리스 메테오라>
승려의 발걸음처럼 고요한 <라오스 루앙 프라방>
다섯 개의 선교관 마을 <텍사스 샌안토니오>

3. 도시표정을 바꾼 건축
소각장조차 예술이 되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수직과 수평의 도시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월스트리트의 소녀상 <뉴욕>
기기묘묘 건축 도시 <네덜란드 로테르담>
21세기형 정원 <싱가포르>
올드 홍콩을 찾아서 <홍콩 완차이>
1900년에 태어난 동갑내기 기차역 <오르세역과 서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