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첫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예전에 공부를 잘 했었다’ 와 ‘우리 아이는 똑똑한데 공부를 안 해요.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텐데’ 입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이가 어릴 때 좋은 성적을 낸 기억으로 머리가 좋다고 여기고 지금은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니 공부를 안 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 아이에게 물어보면 실제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아이는 공부를 싫어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한다고 하는데도 결과는 늘 제자리여서 자신도 힘들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꿈에 대해 물어 봅니다. 답변을 못하거나 머뭇거리고 망설이다가 단순 직업명을 나열합니다. 간절히 되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아이가 공부해야 할 이유를 아직은 찾지 못했던 것입니다. 과연 이들의 대답과 공부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노를 아무리 저어도 도착할 곳이 보이지 않는데 망망대해를 헤매기만 한다면 결국 아이는 노 젓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까요? 무사히 육지에 도달했다고 해도 그 곳에 왜 왔는지 모른다면 그 곳은 또 다른 망망대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진로 목표란 무엇일까요? 진로 목표는 공부를 할 때 등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진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는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의 푯대가 되어 줍니다. 진로의 의미를 아는 부모는 진로가 단순히 직업 선택이 아니라 아이의 동기를 만들어 내는 에너지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래, 역시 목표가 필요해.”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목표를 갖게 되는 계기는 무엇일까요? 2020년 수능만점 김해외고 송영준 학생의 스토리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정의로운 검사가 되고 싶은 큰 포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however’라는 단어를 몰라서 선생님께 질문할 만큼 낮은 석차 127명 중 126등 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수능 만점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어느 날 자습 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는 자신의 성적이 자고 있는 친구들의 성적보다 아래에 있을 수는 없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쟤네들은 내가 좀 이겨 줘야 겠다.” 라는 오기가 발동했다고 합니다. 어려운 형편에 재수하지 않고 한번에 대학에 가서 효도하겠다는 환경적인 동기도 그를 독려했습니다. 이 때 내적, 외적 동기를 동시에 갖게 된 것입니다. 내 아이에게는 어떤 동기가 필요할까요 ? 심리학에서 동기 유발은 내적 동기 (Internal motive)와 외적 동기(External motive)로 나눕니다. 말 그대로 내적 동기는 안에서부터 행위에 대한 동기가 일어나는 것이고 외적 동기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행동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가 제대로 작동했을 때 송영준 학생처럼 꼴찌에서 수능 만점이라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은 당장 현실적인 외적 동기를 자주 제안하게 됩니다. 합격만 하면 무언가를 해주겠 다고 합니다. 이런 외적 동기가 내적 동기를 움직이게 되어 간혹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입시에 대한 응급 처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이의 인생에서 대학 입시는 단단하게 잠긴 자물쇠를 풀고 올라가야 할 인생의 첫 번째 미션입니다. 이번 자물쇠를 풀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의 성장을 위한 동기를 찾아보아야 합니다. 대학입시전형을 잘 꿰고 있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아이가 꿈꾸는 미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부모가 진로교육을 아는 부모입니다. 무엇이 아이 내면의 에너지를 꿈틀대게 할 수 있을지 찾는 것이 입시 터널을 통과하기 전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변화 앞에서 아이들은 좀 더 창의적이고 좀 더 융합적이고, 좀 더 공동체적인 역량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이 변화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성적과 맹목적 입시 경쟁에 내몰려 있습니다. 이런 시대 속에서 진정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제 부모의 역할은 자녀에게 진로의 역량을 키우는 안내자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원하는 공부를 할 때 높은 학습 동기가 생깁니다. 바로 이 학습 동기를 지닌 아이들은 성공적인 진학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부모는 자녀의 진로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진로를 기반으로한 공부와 진학에 대한 지도가 우리 아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대학저널 진로입시문제연구소장. 『자녀의 성격을 알면 교육이 보인다』, 『학생부를 부탁해』, 『학교공부 충실하면 대학도 잘 간다』, 『학교생활 잘해야 대학도 잘 간다』(외 다수)를 출간하였다. 학부모와 학교가 기다리는 인기 명강사로 700회 이상의 강의와 강연을 진행했다. 초등 자녀교육부터 중·고등 진로·진학·입시교육 전문가로 강연·저술 활동과 함께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급변하는 교육 환경 가운데 부모 역량 강화, 학생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과 코칭 다수를 진행 중이다. 밴드 '임앤정연금술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