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불에 머리를 들이대다가 머리카락을 태우고 말았던, 텔레비전이 있는 집으로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어 옹기종기 김일의 레슬링 경기를 시청하던 그때 그 시절……. 이 책은 스마트폰 하나로 음악을 감상하고 강의를 듣고 쇼핑을 하고 금융 거래까지 할 수 있는 현대의 젊은이들은 생각도 할 수 없는, 불편하고 고단했지만 낭만이 가득했던 그 시절을 증언한다. 저자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유년 시절의 환경적, 문화적 어려움과 당대의 생활 풍경을 진솔하게 기록한다. 한 시대를 기억하며 세대 간에 공유하는 이 회고록은 잊혀져 가는 것들을 아름답게 재현해낸다. 어려운 형편에 사람 먹을 것도 부족하여 키우던 강아지를 팔아버릴 수밖에 없었고, 새 학년마다 학급 친구들에게 연필과 공책을 나눠주던 여학생과 같은 반이 되고 싶어 했으며, 동경의 대상이자 꿈에 그리던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된 그곳에서 접한 낯설기만 한 풍경들……. 근대화의 물결이 한참 못 미친 그 옛날의 고향을 배경으로 세밀하게 그려낸 가난한 풍경은 애잔하지만 어딘가 정겹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독립운동에 작게나마 일조했던 적이 있고,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당한 고문으로 평생 두통을 달고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이 책에 담겨 있다. 험한 시대를 꿋꿋하게 걸어온 그러한 아버지들의 발자취는 독자들에게 짙은 향수와 감동을 선사한다. 고향이 그립고 인생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작은 위안을 건네주는 책이다.
1962년 5월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한국 전후시와 시간의식』 『고은:민족문학에의 길』 『문학비평의 욕망과 절제』 『한국 현대시의 서정적 기반』 『시의 형식과 의미의 이해』 『21세기 한국시의 현장』 『한국 현대시와 시정신의 행방』 『한국 현대시의 근대성 비판』 『1960년문학연구』 『서정주 연구』 『한국시의 근대성과 반근대성』 『문학비평의 경계』 『비평과 인식』 『현대시의 정신과 미학』 『서정의 유토피아』(1, 2) 『현대문학의 정신사』 등이 있다. 대전대 우수학술연구상, 시와시학 평론상, 대전시 문화상 학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문학평론가. UC BERKELEY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대전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부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