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 이후 중일전쟁 이전까지 ‘조선군’의 개편과정과 무단지배의 실상이 드러난 자료를 들여다보다 근대 격변기 열강의 각축 사이에서 한국의 자주적 변혁은 제약되었고, 국권은 강탈되었다. 근대 한국의 국권상실과정은 감성적 민족주의 차원을 넘어 냉철하게 직시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실증적 고찰이 이뤄져야 한다. 약육강식이 엄존하던 격변기의 현실과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성찰하는 것은 침핍(侵逼)으로 얼룩진 수난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자, 동북아 평화를 위한 역사 정립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운요호사건 이래 한국강점의 선봉에 섰던 일본군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이다. 공사관수비대에서 시작해 한국주차대·한국주차군·조선주차군·조선군·제17방면군 등으로 변모한 일본군은 의병탄압 및 독립운동 억압에 앞장섰으며, 강점 이후에는 식민지 민중의 삶을 통제하고 군사적으로 지배하는 주역이었다. 나아가 간도침략, 만주사변, 중일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기에는 일본의 대륙침략의 선봉에서 활동한 주체였다. 요컨대 일제의 한국강점과 식민지배, 대륙침략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주둔일본군에 대한 이해가 선결되어야 한다. 이렇듯 〈한반도주둔일본군 사료총서〉는 군사지배에 기반을 둔 일본제국주의의 전면(全面)을 드러내기 위해 일본군의 역할과 실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그 다섯 번째 권으로, 1910년에서 1937년 중일전쟁 이전까지의 시기에 ‘조선주차군’에서 ‘조선군’으로의 체제 개편과 3·1운동에 대한 대응, 만주사변 이후의 활동 등에 관한 사료를 다루고 있다. 일제가 한국을 강점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군사지배체제도 변화를 맞게 되었다. 한반도주둔일본군은 1910년 10월 1일부터 ‘한국주차군’에서 ‘조선주차군’으로 개칭되었으며, 2개 사단을 증설하여 상주체제를 갖추면서 1918년 6월 1일부터 조선군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에 따라 경비를 담당한다는 명분으로 한반도 북부와 남부에 각각 주둔한 제19사단과 제20사단 조선군은 한반도를 무단지배하고 3ㆍ1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했으며, 이후 국내외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제국주의 첨병활동을 하였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각 시기별 편성과 활동을 보여주는 대표 문서를 각 장에 다양하게 실었다. 제1장 ‘1910년대 일본군의 조선 주둔’에는 조선주차군에서 조선군으로 상주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도기에 관한 6건의 사료를 수록했다. 제2장은 ‘독립운동 탄압과 첩보활동’이라는 제목 아래 3·1운동 탄압과 러시아령인 연해주와 아무르지역의 조선 독립운동에 대한 탄압에 관한 자료를 담았다. 총 7건의 사료 중 6건은 3·1운동 관련 자료이며, 1건은 연해주와 아무르지역 독립운동 탄압에 관한 자료이다. 제3장은 ‘조선군사령부의 3·1운동 보고’라는 제목으로 조선군사령부가 작성한 3·1운동에 관한 동향 및 진압 상황 보고를 엮었다. 제4장에는 ‘일본의 만주 침략과 조선군’으로서 만주사변 이후 조선군 활동에 관한 사료들을 수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