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10년 간 총 100여 편의 소설을 다룬 열다섯 편의 글을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문학의 역할을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을 대신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그 시작은 모든 공적 기억, 즉 역사에서 사라진 사람들에 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고 하였다. 역사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문학작품 속에서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를 통해 그 진실을 유추하고 정체성을 규정하고자 하였다. 허구 속에서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그들을 제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쉽게 말할 수 없는 정치적, 도덕적, 개인적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들에 대한 진실은 누구에게도 자신을 제대로 변명할 수 없었던 자들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승자의 발자취는 공적 기억인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면, 이들의 모습은 소설에서나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사람들, 권력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일반 기층민들의 삶을 통해 치열한 역사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현실에 맞서는 인간들의 분투기,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또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