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서는 개정된 작품입니다.

뜨겁게 사랑한 죄로 고립되었으나 그 잔혹한 언덕을 다시 넘는다.
아무도 찾을 수 없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평생 숙원이었던 그림 때문에 결국 발목 잡히게 생겼는데.
무명의 탈을 쓰고도 그녀를 단박에 알아보는 이 남자, 눈썰미인가, 간절함인가!

“이 그림 주인이 너였다고? 네가 무명이었어?”
“아는 척 그만해. 역겨우니까. 이런 식으로 별거 아닌 그림에 이름 붙이고 놀았니? 화랑 밥 먹고 안목 좀 붙었나 했는데 여전히 쓰레기네. 너 같은 게 이런 큰 갤러리 대표를 하겠다고? 잘 들어 고태범. 내 그림에 이야기 같은 건 없어. 알겠니?”
“남상희! 너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돌대가리니? 부르지 말랬지. 내가! 그 이름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이 새끼야!”

철저하게 고립됐던 그녀의 외로운 섬,
그 외로움까지 지켜주고 싶었던 남자. 고태범.

“한 번도 잊은 적 없다.”
“기억해달란 적 없어.”
“미친놈처럼 너만 찾았어.”
“그러란 적도 없고.”
“말없이 사라진 건 너였어.”
“그래. 나야. 내가 그랬어. 그래서 왜! 그게 뭐? 죽을죄라도 되니?”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인마!”
“나 만만하게 보지 마! 무시하지 마! 제발 니들 맘대로 할 수 있을 거란 착각 좀 하지 마.”

더 이상은 바보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죽음 목전까지 가서야 깨달았던 진심.
살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생명!

“네가 미쳐 있던 남상희, 이미 죽고 없다고. 그러니까 너도 잊어. 알겠니?”
“잊으라고?”
“아님 죽던가.”

그들이 맞춰 나가는 퍼즐 동화.
먹먹한 그 그림을 다시 그려본다.

괜찮아.
너는 반드시 돌아서게 될 거야.
다시 내게 올 거야.
다시 나를 보게 될 거야.
나도 그랬어.
아무리 헤매도 결국 너뿐이었어.
운명처럼 너는 내게 걸어왔고 우린 또 함께야.
우리에게만 존재하는 그 중력.
상희야.
난 그 힘을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