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흔히 찾을 수 있는 아이들. 아주 뛰어나지도 아주 색다르지도, 슈퍼맨도, 갖은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한 칠전팔기의 영웅도 아닌, 그런 '평범한' 청소년에, 극한의 환경이나 선정적 소재도 등장하지 않는 청소년 소설이 출간됬다. 변두리로 밀려나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평범한 아이가 중심으로 들어와, 바로 나의 이야기, 바로 옆집에 사는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큼하진 않지만』은 평범한 아이들의 지금과 고민을 파고든다.
무엇이든 어영부영인 고1의 남학생인 ‘나’는 일 년 넘게 별거 중인 부모님, 명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알쏭달쏭한 말만 내뱉는 공부 머신 작은누나, 얼마 전까진 나와 같은 게임폐인이었지만 일찍이 프로게이머로 진로를 정하고 매진 중인 친구 영현이와 복닥대며 1년 365일의 활주로를 별 생각 없이 달리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이 되기엔 다소 밋밋한 감이 있는 '나'에게 파장을 일으킨 건 이혼 선언과 함게 집으로 귀환한 큰누나의 등장이다. 주인공 ‘나’가 어렸을 때부터 키가 큰 어른이었던 큰누나, ‘슈퍼’하다고 믿어 왔던 살아 있는 위인전이나 다름없던 작은누나의 한숨, 이미 어른인 줄 알았는데 죽을 때까지 커야 할 것 같은 엄마와 아빠, 나보다 조금 못하다고 무시했던 밉살스러운 한 친구의 변화는 파이처럼 무한히 계속되던 일상에 "난 뭘까?" 라는 질문을 몰고 온다.
작가 김학찬은 최명희청년문학상,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야금야금 드러내며 첫 장편소설 『상큼하진 않지만』에서 다소 수줍은 듯 평범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나’의 고등학교 1학년 가을부터 시작해 이듬해 겨울까지, 남들이 지나치는 별스럽지 않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작가는, 특별한 기회나 경헙 없이 그저 살아가는 청소년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을 내비춘다. “평범한 아이를 그린다고 해서 소설까지 평범해지지는 않는다.” 는 소설가 윤성희의 추천사처럼, 그래서 무심한 듯하면서도 섬세한 화법으로, 평범한 것을 드라마로 만드는 작가의 재기가 다음 작품을 기다려지게 한다.
9791130301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