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마찬가지로 이제 죽음도 서구인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잃어버렸다. 죽음은 시인 말라르메가 표현한대로 '비방의 대상이긴 해도 전혀 깊지 않은 강'이 된 것이다. 현대인들이 사후세계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을 내던져 버린 이후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이상 지옥과 낙원을 믿지 않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방송매체를 통해 너무나 일상화되어 버렸거나 병원의 한쪽 구석에서 슬며시 진행되고 있는 죽음 역시 그 절박성을 잃어버렸다.

그런 마당에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비서구인들의 신앙이 서구인들과 무슨 관계가 있으랴? 식민지 전성시대만큼이나 자만감으로 가득 차 있는 현대의 서구문명 한가운데서 절대타자(죽음)에 대한 저편 세상 사람들(이 경우에 아시아인)의 견해가 서구인들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말이다.

머리말
서양에서 본 죽음
아시아의 종교들
불교
천의 얼굴을 지닌 죽음
죽음의 수용
바람직한 죽음
혐오스러운 죽음
자발적인 죽음
사자들
조상숭배
망자들의 축일
떠도는 망령들
사후세계
삶을 지속하려는 끈질긴 욕망
유골과 유골함
생명력을 지닌 불상
분신의 변형
에필로그
부록(용어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