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겨울이 옵니다. 그간 티 없이 맑은 계절로도, 한없이 쓸쓸한 계절로도 나를 스쳐 갔지요.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다던 다짐이 여기 어렴풋이 남았습니다. 나이가 듦에 순수함을 잃는 것이 막연히 무서웠을까요. 마음이 자라지 못하는데 몸만 저 멀리 떠나버릴까 괜히 조급했던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루 짐이 몸을 짓눌러 잠이 들면 아침을 보지 못할까 두려운 날이 있지요. 이 정도 했으면 이제 그만 돌아가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는 날도 있을 거예요. 따듯하고 부드러운 말로 시든 마음을 어루만지고자 해도, 당신의 삶에 공감하고 위로할 능력이 내겐 없습니다. 비루한 표현에 내 맘 다 못 닿을까 차마 입을 떼지 못합니다.

대신 제 일기장 속의 문장을 드릴게요. 짧고도 긴 일곱 번의 계절, 같은 풍경 속에서 만난 수많은 나를 틈틈이 담았습니다. 제가 느꼈던 감정 속에 당신의 그것이 있다면, 그걸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길었던 지난겨울은 내게 가혹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니 다시 찾아올 겨울엔 추운 날을 덥히고도 남을 마음이 우리 안에 가득했으면 합니다.

작가의 말
목차
1. 평범한 일상의 초상
여름이 지나간 자리
뒤뜰 너머의 숲을 보셨나요
K
거짓말
우리 다시 만나자, 이다음 세상에는 꼭
야간 산책
새파랗게 물든 말
오후의 손길
봄의 합주
목련화
마주 앉아
아기 산토끼
초침이 되지 말아라
색연필
노래
영(零)
추락(墜落)
길 위의 우리
청
꿈결에 본 나그네
저녁놀, 담배 연기
2. 넘쳐버린 우울에 관하여
향수(鄕愁)
그 계절의 밤
영원(永遠)
…
섬
Viator
아이
두려움
몰린
성장통
나의 5년
몇 해 지나
그리움
밤의 시간
몽압
어느 어린 활자
해넘이
3. 소설 속의 누군가가 되어
봄, 벚꽃, 그대, 언제나처럼
그런 기적
추신
너
몽니
별의 말
순독(脣讀)
사진 한 장
사랑한다는 말
비 오던 날
동화처럼
무지개 잡기
고양이 춤
후회
빛나고 있어
지난날, 기억하시나요
그대가 없이도 봄은 옵니다
아이야
변명
여자
소리 기억
서신(書信)
거스러미
초록의 거짓말
새벽잠
신월(新月)의 밤
4. 어느 새벽 밤의 고백
봄, 나의 봄
부디 걱정 마시오
사랑이 간절히 바란다면
내일을 함께 볼까요
새벽 날, 은빛
NG
작은 용기
별리
友
비움
후일담
사립(沙粒)
안녕
우주여행
안녕, 나의 사랑
미뤄왔던 일
아마 그땐
개나리 달
자장노래
시간의 틈
할선(割線)
판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