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혁명은 과학과 이성의 빛으로 중세의 어두움을 밝혔지만, 진리의 모순과 시대의 우울이라는 깊은 음지 또한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크는 그 음지를 묘하게 비춰 주었다. 그늘도 없는 사막에 벌거벗겨진 우리의 삶, ‘오로지 성과’만을 위해 긍정의 자기최면을 작동시키기에 여념 없는 지금의 우리가 바로크를 유심히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이다.”17세기 서양 문화를 풍미했던 바로크 예술은 지나친 화려함과 귀족적인 사치스러움으로 대표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깊게 배인 시대의 모순과 우울한 관능, 그로 인한 모호함의 개념성이 깔려 있다. 전능하던 신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르네상스라는 인간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너무나도 낯설고 급격하게 전개되는 진리의 변화를 오롯이 수용할 수 없었던 불안감은 바로크라는 시대정신과 독특한 예술형식을 탄생시켰다.고대 이래로 르네상스까지 예술의 본성은 이상과 숭고함을 추구했다. 하지만 바로크는 인간의 참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의 리얼리티를 구현하였다. 현대로 이어지는 예술의 본질적인 초석, ‘예술을 위한 예술’로서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것이다. 근대 이후 현대까지 이어지는 예술의 흐름 자체가 바로크 예술의 진화 과정인 셈이다. 바로크 이후 로코코로부터 시작된 아방가르드, 인상파, 입체파,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추상주의 등 수많은 현대 예술의 사조는 결국 부분적으로 형식을 달리하는 바로크의 산물이다.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프랑스 리옹 응용예술학교(Ecole d'arts appliques de Lyon)에서 공간디자인을 배웠으며, 지금은 대구한의대학교 건축디자인학부에서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고 있다. 바로크 미학에서 나타나는 생산적인 조형원리를 밝히고 응용하기 위한 학술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예술을 읽는 9가지 시선』, 『바로크 바로크적인』 등이 있다.
ㆍ삶의 한 순간, 어떤 순간. 모든 것의 한 순간ㆍ이성의 아우라ㆍ살아 있음과 영원함ㆍ삶의 충동ㆍ모순과 모호함의 역설적 은유ㆍ공적 자아에서 사적 자아로ㆍ개인 위의 개인ㆍ살아 움직이는 프레임ㆍ뒤바뀐 안과 밖ㆍ3인칭의 예술, 1인칭의 예술ㆍ불변하는 그, 유일한 그ㆍ매혹ㆍ욕망의 생산성ㆍ현재의 끊임없는 사라짐ㆍ미의 은폐ㆍ어둠이라는 1인용의 공간ㆍ정박기능ㆍ이미지의 조건ㆍ격(格)에 의한 가치ㆍ읽어버린 낙원의 향수ㆍ최대한 모호하고 야릇하며, 지나치게 빛나고 화려한ㆍ니힐리즘ㆍ변신과 오만한 과시ㆍ구름 같은 모순ㆍ천국행 승강기ㆍ심연의 장(場)ㆍ스스로 진동하고, 전율하고, 커지는 공간ㆍ예술의 이유ㆍ존재와 본질의 시현(示現)ㆍ인간다움의 조화ㆍ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ㆍ이미 예정된 조화의 질서ㆍ서양이 만난 동양ㆍ변하고, 변하고 계속해서 변한다.ㆍ잠재한 것에 대한 기대ㆍ분명함으로부터 모호함으로ㆍ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의 결과ㆍ여백과 외관의 깊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