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은 전자책으로 발간하게 되었다.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손전화로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며, 가격도 저렴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유페이퍼]라는 전자출판 사이트를 통해 직접 제작하게 되었다. 전자출간은 출간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면에서 앞으로 많이 활성화되리라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하이쿠이라 일컫는 시는 5?7?5의 열일곱 자로 된 한 줄의 정형시이다. 열일곱 자로 시를 표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글의 우수성을 새삼 느끼게 되어 앞으로 짧은 글을 많이 쓰기로 했다.

필자는 그동안 일상에서 손전화로 촬영한 사진 100컷을 편집하여 사진에 어울리는 열일곱 자로 된 글을 입혔다. 정형화된 틀에 맞추다 보니 시적 향기가 덜한 면이 아쉽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시가 너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글을 통해 편안한 마음의 휴식이 되길 빈다.

001. 그런 날 있지/ 반쪽 감추고 싶은/ 세상이 그래
002. 은밀한 것은/ 거품 속에 감추고/ 몸부림치네
003. 구름을 쓸면/ 하늘이 맑아지지/ 마음까지도
004. 겨울새에게/ 탱글탱글한 간식/ 드리려고요
005. 고요한 밤에/ 내 마음 빼앗아간/ 너는 누구냐
006. 강을 건너서/ 피안으로 간다네/ 아무 말 없이
007. 기다림이란/ 걷기보다 힘들어/ 기약도 없는
008. 껍질 벗기고/ 알맹이 다 버리면/ 내 모습 보여
009. 껴안은 인연/ 묵언 수행하는 중/ 돌, 해탈하다
010. 꽃을 닮고파/ 너처럼 칠해 봤어/ 온몸을 붉게
011. 꽃 향에 취해/ 꿀 나르며 살지요/ 꽃과 벌 인연
012. 나도 잘 몰라/ 내 나이를 묻지 마/ 너보단 많지
013. 나뭇잎이지/ 쇠로 만들면 톱날/ 그리면 그림
014. 낙하도 순간/ 이 몸 낮추고 나면/ 하늘이 걸려
015. 날개를 달다/ 나무 새에게 먼 길/ 날아가라고
016. 날은 어둡고/ 배는 고파오는데/ 모두 숨었네
017. 내려놓으니/ 많이 넓어지더라/ 내 마음마저
018. 내 일터에서/ 꿈을 그리고 있지/ 후회는 안해
019. 너는 나에게/ 벅찬 가슴이었어/ 저 불꽃처럼
020. 너를 위하여/ 탑 위에 홀로 앉아/ 기도하는 중
021. 너의 떨림이/ 내겐 울림이 되어/ 가슴 설레네
022. 너의 한 해가/ 내겐 백 년과 같은/ 시린 발걸음
023. 널 보고 있어/ 더 가까이 오지 마/ 내가 미안해
024. 널 보낸 자리/ 폐허가 되었으니/ 새집 짓겠지
025. 노란 세상에/ 빨간 옷 입고 왔네/ 바람 타고서
026. 노랗게 물든/ 은행잎의 소원은/ 내려놓는 것
027. 노를 저으며/ 짧은 인연 보내는/ 나는 뱃사공
028. 누굴 위해서/ 주렁주렁 열렸나/ 새들 신났다
029. 귀에 달았지/ 주민등록증처럼/ 다른 게 뭔데
030. 눈을 감으면/ 너의 목소리 들려/ 늘 눈을 감지
040. 뜰앞 작약꽃/ 몽우리 터지는 날/ 시간이 섰네
050. 배관의 변신/ 새로운 일을 할까/ 살짝 고민 중
060. 사는 게 그래/ 도토리 가슴 열고/ 뿌리 내리며
070. 아직 서 있어/ 푸른 삶을 꿈꾸지만/ 욕심 버릴래
080. 방금 열었어/ 신장개업 날이야/ 좋은 거 많아
090. 죽은 것 아냐/ 잠시 쉬는 것이야/ 가을 끝에는
100. 훤히 비췄지/ 걸친 것 하나 없이/ 있는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