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계 최대의 선원으로 유명한 지리산 대원사(주지 영현)의 사적과 중창주인 만허당 법일 스님의 일대기를 기록한 <방장산 대원사와 만허당 법일 스님>(비움과소통 펴냄)이 출간됐다. 만허당법일스님문도회가 펴낸 이 책에는 대원사 중창사적비명과 법일 스님의 일대기 ‘동체대비의 우주를 꿈꾼 지리산의 질박한 거목’, 세존사리탑 중수기, 대원사 관련문헌 등이 다양한 사진과 함께 기록되어 있다.
대원사 중창주인 법일 스님은 서기 1904년 갑신년 음력 8월 23일 청풍 김씨 김유찬 씨와 전주 전씨 전영순 씨의 사이에 2남 4녀 중 장녀로 서울 종로구 관훈동 140번지에서 부유하고 개화된 분위기의 집안에서 출생하셨다. 모친의 태몽에 조부께서 대봉을 가슴에 안겨 주는 꿈을 꾸시고 조부께선 또 꿈에 흰 머리에 두건을 쓴 노인이 대봉을 안고 큰 대문을 거쳐 중간문에 들어와선 조부께 “대봉을 받으면 80동리가 모두 다 호사가 있을 것이다” 하기에 출생 후 이름을 봉이라 지으셨다 한다. 성격은 천진난만하시고 정확하시며 유우머가 풍부하셨다. 어릴 때 경기 보통학교에 입학하여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는 타의 모범생이셨고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큰 봉이셨다 한다.
졸업 후 청운의 꿈을 품고 일본 유학을 떠나시려고 진주 외가 댁에 다니러 오셨다가 뜻하신 바 있어 식산은행에 입사하여 십 여년을 근무하시면서 친척 되시는 불심이 돈독한 직장상사와 지리산 대원사를 오가시다 문성 스님을 친견하시게 되셨다. 부처님 말씀에 옷깃만 스쳐도 오만 생 인연이라 하셨거늘 문성 스님을 처음 친견하신 후 스님의 힘든 수행 과정을 존경하여 스님을 탁자 위에 모실 것을 생각하시고 3일 동안 산천초목을 바라보고 만사를 잊어버리시고 삼매에 드셨다.
1936년 9월 15일 문성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출가하시어 3년을 대원사에서 정진하시다가 조영암 큰스님으로부터 사미니계를 수지하시었다. 그 후 쌍계사 국사암에서 견성암 대중 30명과 고봉 스님, 만공 스님을 3년씩 모시고 10여 년을 대중 외호를 하셨으며 각 선방에 3년씩 정진에 정진을 하셨다. 그리고 1950년 4월 8일 해인사에서 효봉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하시고 1953년 중앙종회원을 초대부터 수년간 역임하셨다. 1956년 불교정화 불사에 적극 참여하시고 대구 동화사에서 비구니 총림을 시작하셨다가 운문사로 옮겨 또 다시 정화를 하시고 전국 명산대찰을 두루 찾아 선지식을 친견 정진하셨다.
대원사는 신라 진흥왕 9년 548년 연기조사께서 창건한 후 1400년이 흐른 후에 만공당 법일 노사님께서 대원사와 지중한 인연이 있으셨던지 1955년에 완전 폐허가 된 사지에 대작불사(4차 중창불사)를 시작한 지 어언 40여 년의 세월 여수반란사건으로 폐허가 되어 사지와 구층석탑만 남아 있는 방장산 대원사를 동국제일선원으로서 면모를 갖추기까지는 유구무언이라. 어떤 사람이 딸에게 말하기를 “저 대원사에 여걸이 있으니 가서 만나보라” 하여 여걸을 찾던 사람도 있었다. “인천의 빛이며 팔도가 모두 좋으리라”는 몽중의 한 마디와 현실이 일치되어 나라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식음과 수면을 전폐하시고 기도하시는 숨은 애국자이기도 하셨다. 또 출가 전에 외상으로 약을 사고 주인이 이사한 연고로 약값을 갚지 못하고 출가하시어 나중에야 찾아가니, 이미 그 주인은 명을 달리한지라 그 약값을 영전에 놓고 제사를 지내실만큼 섬세하고 시은을 중히 여기시는 분이셨다.
이러한 훌륭하신 스님과 은사이신 문성 스님과의 만남 또한 우연이 아니다. 문성 스님은 어려서 출가하시어 정진하시다가 노전 병이 들어 여러 해를 고생하시던 중 여수 흥국사에서 백일지장기도를 한 후, 3생사를 알 수 있는 신통의 거울을 얻으셨다는 큰스님을 친견하니 큰스님께서 문성 스님의 전생을 관해보시고 전생에 포수였고 은사이신 주화 스님은 노루였다 한다. 포수인 문성 스님이 6마리의 새끼를 밴 노루를 죽였기 때문에 7번 생사를 거듭해야만 업을 다 갚는다 하시고 기도를 하면 병도 낫고 공부도 잘될뿐더러 기도가 끝난 후, 동으로 가면 귀인을 만나리라는 말씀을 하셨다 한다. 그 말씀을 들으시고 신심을 다하여 일념정진 하시던 중 산중공양을 올리도록 은사이신 주화 스님께 의논드리니 결제 중에 이백명이나 되는 대중을 공양시키기는 힘들다 하시니 그날 밤, 주화 스님의 꿈에 산천초목이 문성 스님을 향해 국궁재배하는 모습을 보고 문성 스님을 보니 백의관음보살상으로 화현하여 허공 중에서 지장보살 정근을 하는지라, 은사스님이 깜짝 놀라 깨어 문성 스님에게 공양을 올릴 것을 허락하셨다. 대중 공양을 올리고 기도를 회향하니 만병이 완쾌하시고 상좌인 법일 스님과 만남의 인연이 되셨다.
그 이후 대원사에 쭉 계시면서 이웃 중학교에서 생물과정을 가르치셨으며, 또한 영암 큰스님으로부터 법화경을 배우시던 중 무자화두를 받으시고 용맹정진을 거듭하시기도 하셨다. 이러한 수행정진과 불사로 복원된 가람엔 수많은 선납자와 신심단월자의 왕래가 자재하며 자연경관 또한 빼어나 문수도량으로서, 또 화엄신중도량으로서 영원을 함께하고픈 도량을 갖추셨다.
자나깨나 대원사 중창불사의 원력을 위해 헌신하면서 오로지 무자화두만 챙기시던 법일 스님은 1991년(불기 2535년) 음력 10월 13일 인시에, 세수 88세 법납 56세로 열반에 드셨다.

발간사
법일 노스님께 올리는 조문

1. 동체대비의 우주를 꿈꾼 지리산의 질박한 거목
여걸의 출가
계곡에 떨어져도 놓지 않은 ‘무자’ 화두
대중을 먼저 생각하는 자비로움
종단 정화불사 참여
동국제일선원 대원사 중창 불사
도편수와 석공도 감동한 불사 원력
삼라만상이 텅 비었다
스님을 회상하며
만허당 법일 스님 수행이력

2. 법일 스님의 대원사 초창기 불사과정

3. 세존사리탑 중수기
세존사리탑 친견 및 봉안후기

4. 대원사 관련 문헌
문집에 등장하는 대원사
대원사 관련 근대(대한제국ㆍ식민지시대) 문헌자료
대원사 발행 고서
대원사 관련 문헌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