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상상력을 유도하는 만화

이 책을 위해 그동안 했던 작품들을 정리하다가 이제까지 내가 작업했던 단편만화의 편수를 세어보았다. 1987년부터 본격적인 만화가의 길을 걸었으니 2004년까지 몇 편을 했을까? 기억을 더듬으면서 나도 깜짝 놀랐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대충 250편 정도였다. 그렇다면 한 달에 한두 편은 꾸준하게 해온 것이다. 그 많은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잠시 멍해진다.

만화는 2차원적 평면에다 3차원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글과 그림을 연출하여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장르로서 문학과 시나리오가 각각 환영과 현상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만화는 이 환영과 현상을 구체적으로 - 글과 그림으로 -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이 편집과 시각적 잔상의 원리를 바탕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 만화는 콘티 단계에서부터 완결된 편집으로 진행하며. 일정한 크기와 속도의 프레임이 아닌 감정과 속도에 따라 프레임의 크기와 칸수를 자유롭게 응용한다. 칸과 칸 사이의 여백 - 시간과 공간 ? 을 이용해 독자의 상상력을 유도하는 대중 친화적인 장르인 것이다.

만화의 매력은 2차원의 평면이지만 3차원의 입체와 실감이 상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는 요즘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만화를 찾기 위해 실험을 하고 있다. 작가는 꾸준히 자신을 변화시키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자세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것들의 결과물이 모아지고 여러 작가가 다시 뭉치며 새로운 것에 대한 실험을 한다면 만화의 다양성도 확보되리라 믿는다.

이 책은 이야기 쓰기 과정과 그림 표현 과정 두 부분으로 나뉜다. 많이 부족하지만 또 다른 만화 제작 실습 책을 기대하며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아울러 한국의 만화가 지망생을 위한 작은 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탁영호

작가의 말_독자의 상상력을 유도하는 만화｜탁영호


1부_내용 만들기

01. 소재_마르스와 조센삐
02. 주제_컴의 반란
03. 플롯_삼류영화처럼
04. 인물구성_접속 그 후
05. 이야기 효과_원대복귀
06. 이야기 개요 짜기_머물 수 없는 시절
07. 콘티 제작 - 배경 설정_리허설 ①
08. 콘티 제작 - 인물 분석_리허설 ②
09. 콘티 제작 - 대사와 지문_리허설 ③
10. 콘티 제작 - 감정 연구_리허설 ④
11. 콘티 제작 - 이미지 활용_리허설 ⑤

서평_탁영호의 ‘단편만화’, 사유(思惟)의 장(場)｜미술평론가 류병학


2부_형식 만들기

01. 컷 구성 ①_출조
02. 컷 구성 ②_사이버에도 달은 뜨는가 ①
03. 구도 설정_사이버에도 달은 뜨는가 ②
04. 배경과 인물의 조화_철진이가 초록물고기를 만날 때 ①
05. 콘티 완성 후 다시 보기_철진이가 초록물고기를 만날 때 ②
06. 데생_난 지난 여름 네가 싼 일을 알고 있다
07. 그림 구성_박하사탕
08. 그림 연출_도그마99
09. 역설의 효과_감각의 제국
10. 데생 후 다시 보기와 펜터치 그리고 마무리_화실 괴담

오래된 지금_갤러리 R
작가노트_‘오래된 지금’은 계속 현재형으로 진보할 것이다｜탁영호

서평_탁영호의 ‘행복을 주는 그림’｜미술평론가 류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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