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현은 1993년부터 ‘회화의 지층’ 시리즈를 작업한다. 그의 ‘회화의 지층’은 전통적인 회화에 대한 일종의 ‘반란(叛亂)’이었다. 그는 전통적인 회화를 일명 ‘정면의 회화’로 간주하고, 그 ‘정면의 회화’가 ‘측면의 회화’를 억압했다고 폭로한다. 따라서 그의 ‘회화의 지층’은 억압된 측면 회화의 귀환인 셈이다. 그는 측면의 회화를 폭로하기 위해 캔버스의 측면 두께를 10cm로 제작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인현은 캔버스의 정면뿐만 아니라 측면 그리고 윗면/아랫면에도 이미지를 표현해 놓았다. 따라서 관객은 그의 ‘회화의 지층’을 정면뿐만 아니라 몸을 움직여 좌/우의 측면 그리고 까치발을 들거나 쪼그려 위/아래로 보아야만 한다. 이를테면 전통적인 ‘정면의 회화’는 하나의 시야에 포착 가능하지만, 그의 ‘회화의 지층’은 하나의 시야로 포착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이런 단편적인 정보는 이인현의 <회화의 지층> 시리즈가 시각을 넘어 온몸으로 볼 수 있는 회화라는 것을 알려준다. 따라서 나는 그의 <회화의 지층>을 ‘몸의 회화’로 부르고자 한다. 물론 그는 ‘회화의 지층’ 시리즈를 오늘날까지도 지속하고 있다. 2016년 서울대미술관의 기획전 『지속 가능을 묻는다』에서 그는 ‘아티스트 토크’ 당시 자신의 작품세계를 연대기적으로 표기한 적이 있다. 나는 그의 연대기적 표기 방식을 따라 다음과 같이 표기해 보았다.

회화의 지층 - 옆에서 바라본 그림
회화의 지층 - 어두워질 때까지
회화의 지층 - 재생(再生)
회화의 지층 - 별 보기
회화의 지층 - 지속 가능을 묻는다
회화의 지층 - 라그랑주 포인트
회화의 지층 - 환상의 멀티버스

나는 이인현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기 위해 서울대 미대 시절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작품들을 제공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의 전작들을 모아보니 분량이 적잖아 전자도록을 2권으로 나누어 발행하기로 했다. 1권 『회화의 지층 ? 온몸으로 보는 그림』은 서울대 미대 시절부터 일본 유학 시절 그리고 한국으로 귀국하여 작업한 ‘회화의 지층 ? 옆에서 바라본 그림’ 시리즈를 담았다. 그리고 2권 『회화의 지층 이후 - 환상의 멀티버스』는 ‘회화의 지층 - 어두워질 때까지’부터 최근 갤러리 R에서 선보인 ‘회화의 지층 - 환상의 멀티버스’까지의 작품들을 실었다.

CONTENTS


prologue
이인현의 ‘회화의 지층’_류병학 미술평론가


마그리트의 창에 대한 연구 Study of Magritte’s window
이인현의 ‘회화의 조건’_류병학 미술평론가

트롱프뢰유 trompe-l’oeil
바라보는 법에 관한 소고(小考)_이인현
평면의 ’두께‘를 찾아서_류병학 미술평론가

회화의 지층 - 옆에서 바라본 그림
그리고_이인현
傍觀과 偏見, 사랑과 미움의 끝_이인현
이인현의 ‘회화의 지층’을 찾아서_류병학 미술평론가

회화의 지층 ? 어두워질 때까지
회화의 지층 - 어두워질 때까지_이인현

회화의 지층 ? 재생(再生)
100% REFURB SHOW_이인현

회화의 지층 ? 별 보기
다시 별 보기를 시작하면서_이인현

회화의 지층 - 지속 가능을 묻는다
‘지속 가능을 묻는다’전 아티스트 토크 원고_이인현

회화의 지층 - 라그랑주 포인트

회화의 지층 - 환상의 멀티버스
이인현의 ‘환상의 멀티버스’_이인현


epilogue
이인현의 ‘지속 가능한 작품’을 묻는다_류병학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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