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유령기담』은 김석범의 일본어 소설 「만덕유령기담」, 「1949년 무렵의 일지에서」, 「유방이 없는 여자」의 번역서로서 한글 「화산도」 연재를 중단한 이후에 쓴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기로 김석범은 본격적인 ‘일본어 문학’ 창작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작품은 ‘일본 문학’이 아닌 ‘일본어’ 글쓰기라는 자기 정체성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석범은 스스로 ‘일본어’로 소설을 쓰는 의미를 ‘재일’이라는 실존적 위치에서 느끼는 언어적 감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언어 감각은 재일조선인 작가로서 식민지 근대화의 강요와 분단이라는 조선의 근대성이 지닌 현실적 모순을 돌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 작품은 김석범 문학에 등장하는 원형적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