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연구는 지난날 제국주의적 국익에 봉사해온 정책과학으로서의 과오를 반성하고 세계인식의 새로운 방법으로서 자리매김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4차 산업혁명기 디지털생태계에서는 다중적인 흐름과 섞임의 과정이 활성화되어 기존의 정치단위체인 국가나 민족은 하나의 연결점으로 변환되었고 이들을 연결하는 상호관계적 링크의 비중이 증가되면서 전통적인 지역인식이나 국제관계도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화 역시도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의 단일적 속성에 한정되지 않고 국가 간, 민족 간 상호작용의 결과인 혼종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도래하는 연결망의 세계에서는 중심과 주변 간의 회합과 다채로운 문화의 확장성을 쌍방향, 상호작용으로 인지하는 글로컬 하이브리디티(지구지역적 혼종성)의 문화시각이 주효할 것이다. 본서는 종래 구미형이나 제국주의가 강한 세계분할론적인 발상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적 지평의 동아시아 지역연구와 그 이론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문명의 하이퍼텍스트로서의 동아시아를 호명하고 그것의 외부적 의미부여, 그리고 지역 내부와의 긴장관계를 타자와의 대화, 호혜적 관계성을 긍정하면서 다양한 민족, 국가, 지역들이 평등하게 교류?공생하는 공감문명의 세계상으로 수렴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근대주의적 지역인식, 국민국가주의 등 현 동아시아체제의 범역에서 탈피해 새로운 지역평화협력체제와 이를 추동하는 격조 높은 인문학적 담론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동아시아학 차원에서 공감적 유대, 풍요, 자유를 고양시키는 혁신적인 지역연구, 문명표준, 그리고 대안체제 구상에 일조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