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길을 내는 사람을 개척자라고 한다. 개척자의 길은 스스로 방향을 정하면서 가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이 든다. 때로는 이해 못하는 사람들의 비난에 직면해야 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해져야 하는 고통도 따른다. 하지만 개척자의 길을 뒤 따르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오솔길이었던 개척자의 길은 어느덧 대로가 되고,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정암(淨巖) 권대봉(權大鳳 Dae-Bong Kwon) 선생님은 한국 인적자원개발과 평생교육의 개척자였다. 1990년대 인적자원개발의 불모지였던 한국에 인적자원개발의 실천과 이론을 도입하고 확산하는 1세대 학자가 권대봉 선생님이었다. 단지 인적자원개발 이론을 도입하였다고 하여 개척자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인적자원개발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하여 권대봉 선생님은 학술 연구와 기업 및 정책 실천의 양 측면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학술연구에서는 국내 최고의 학술연구단체인 한국인력개발학회 창설, 「HRD연구」 창간, 고려대학교 대학원 및 교육대학원의 전공 개설, 인적자원개발 강의 확산 등의 업적이 높게 평가된다. 또한 국내 유수 기업의 인적자원개발 체제 도입, 국가 및 지역인재육성 정책 마련, 마이스터고 등 중등직업교육 정책 활성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역임, 각종 기업 자문 및 컨설팅 등 기업 및 정책 실천에서도 일일이 업적을 나열하기 어렵다.

권대봉 선생님은 왕성한 활동과 함께 인적자원개발 및 평생교육 분야 후학 양성에도 힘을 아끼지 않았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학부뿐만 아니라 일반대학원 및 교육대학원의 전공에서도 수많은 후학을 위한 교육과 연구 활동에 매진하였다. 일반대학원에서 36명의 박사와 56명의 석사, 그리고 교육대학원에서 198명의 석사를 배출하였다. 현재 27명이 고려대학교를 비롯한 국내 외 대학의 교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그 중 4명은 미국 미네소타대학교를 비롯한 해외대학에 재직 중이다.

권대봉 선생님의 정년퇴임을 맞이하여 그동안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온 제자들의 글을 모아 수필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이상 가르침을 받아온 제자들이 수백 명이지만 시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선생님과의 소중한 추억과 가르침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수필집에는 학창 시절의 수업, 대학원 입학 면접, 학위논문 심사, 현업에서의 만남 등 저마다 다른 소재이지만 선생님과의 인연 그리고 인적자원개발과 평생교육의 전문가로서의 변화가 담겨있다. 그리고 74명의 집필진뿐만 아니라, 모든 제자와 후학이 같은 마음으로 수필집 발간을 응원하였고 도와주었다.

2017년 12월 18일 정년퇴임기념 강연에서 권대봉 선생님은 “오늘이 있기 까지 10%는 본인이 노력한 덕분이지만, 90%는 남이 도와준 덕분이라며” 제자, 후학, 동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우리 제자들 역시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본인의 노력보다는 선생님과 동문 선후배님의 도움과 지도가 크고 소중하였다. 평상시 선생님은 ‘자신이 가르치면서 제자들이 배우지만 자신 또한 배운다’는 말씀을 하셨다. 배움에서 스승과 제자는 함께 노력하고 성장한다. 이런 선생님의 뜻을 새기며 수필집을 ‘안암골의 줄탁동시 이야기’로 하였다.

한솥밥 식구로서 학문공동체를 이루고 이끌어주신 권대봉 선생님께 감사와 존경의 표시로 이 수필집을 드린다. 끝으로 수필집의 글을 모아준 집필진과 수필집 발행을 도와준 박영사 관계자께도 감사드린다.

2018년 2월
제자 및 후학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