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군가 사랑의 의미를 말할 때 실제를 소거한 채 건조하게 정의한다면 그러한 사랑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의 향기와 눈빛, 그리고 달콤한 속삭임, 그와 함께 나누던 행위들, 포근함, 그리움을 배제한 사랑을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만약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과연 그러한 사랑이 의미가 있을까.
반대로 개인의 개별적인 경험을 모두 단어의 의미에 포함시킨다면, 도대체 한 단어에는 얼마나 많은 의미가 존재하게 될까. 더 나아가 단어와 관련된 그 무수한 경험들 중에서 무엇을 의미라고 해야 할까. 하나의 단어가 갖는 의미가 그렇게 많다면 우리는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그들이 표현하는 의미들을 구별하고 인식할 수 있는 것일까.
이 글은 수많은 의미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이해하고 표현하는지에 대해 탐색한 결과의 한 부분이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하나의 단어에도 무한한 의미가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며 그것이 인간 언어의 본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언어의 의미를 탐구하는 한국어 의미 연구자로서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부에서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고 경희대학교에서 학술연구교수, 고려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일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을 위한 한국어학의 이해’, ‘국어학·한국어학의 의미와 문법’, ‘한국어 의미탐구의 현황과 과제’ 등 다수의 저서에 저자로 참여하였으며, ‘말뭉치 분석을 통한 역동적 의미 변화 양상 연구’, ‘문맥주의적 관점에서 의미관계’ 등 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현재 의사소통 속에서 이루어지는 의미의 전달과 해석의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대규모 언어 데이터를 이용하여 의미 변화를 탐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