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그중에서도 물리화학을 가르치다 보면, 마치 그 나라의 언어를 전혀 모른 채 외국에 와 있는 사람처럼 내용에 대한 이해를 떠나 탐색의 자유도 누리지 못하는 학생을 꽤 관찰하게 된다. 자연과학을 표현하는 언어는 상당 부분이 수학적 표현인데, 더 괴로운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모어 등의 자연어와 달리 수학은 따로 배우지 않으면 전혀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굳이 비유를 하나 더 사용하자면 육상 동물인 인간이 물에서 잠시라도 지내려면 따로 수영을 배워야 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괴롭지만 우리는 수학이 근본적으로 따로 훈련하지 않으면 향상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James R. Barrante의 『Applied Mathematics for Physical Chemistry』 초판이 발행된 것은 1974년이다. 제2판은 24년 뒤인 1998년에 출간되었고, 본 역서의 원판이 되는 제3판은 2004년 출간되었다가 2016년 판권이 현재의 출판사로 이동되어 지금까지 시판 중이다. 반세기를 살아남은 존재인 만큼 이 책은 충실도가 높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며 독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책을 만져보면 놀랍게도 간결하여 가볍게 느낄 수 있겠지만, 내용을 학습하다 보면 시나브로 심오한 단계에 이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전반부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복소수, 좌표, 함수, 미분과 적분, 급수 등을 먼저 복습하도록 하였고, 자연과학 현상에 대한 표현으로 가장 핵심적인 미분 방정식을 학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후반부는 비교적 학습 부담이 적은 벡터, 행렬, 연산자 등을 다루는데 이와 함께 다른 화학 수학 교재에서 자주 다루지 않는 수치해석, 실험자료 처리 등 실제적인 주제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학부 1~2학년 중 한 학기 동안 독립된 교과목으로 배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물리화학 교과목의 부교재로 틈틈이 활용될 수도 있다. 그리고 책 후반부의 수치해석 및 자료처리 부분은 화학 실험 수업 등에 활용하면 되겠다.
숫자와 수식이 많은 책의 특성상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번역에 있어 원문은 그대로 번역하려고 노력하였고, 원문의 사소한 오류는 바로잡았다. 그리고 책 속의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인 엑셀(Excel®) 사용 용례는 엑셀의 최근 버전으로 수정하였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오류가 나올 수 있다. 이 점은 양해를 바라며, 출간 후 나올 수 있는 수정사항 등은 자유아카데미 홈페이지 자료실(www.freeaca.com)을 통해 게시할 것이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기초 화학수학』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