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경제학은 모든 경제학 분석의 기본이 되는 도구들을 가르치는 과목이다. 그런 만큼 이미 여러 교과서가 시중에 나와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교과서를 얹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될지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성공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교과서만이 가지는 차별점을 부각시키고자 노력하였다.

첫째, 언어적인 설명을 강조하였다. 언어가 불완전한 정보 전달 매체이다 보니, 경제학의 주된 분석 도구로는 전달하는 정보의 모호성을 최소화해주는 수식과 그래프가 선호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경제학을 배우고 나서도 일상적인 대화에서 이 원리를 설명하기가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언어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보 전달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인간의 두뇌 또한 이를 쉽게 이해하는 데 적합한 형태로 진화해왔을 것이다. 따라서 수식과 그래프를 사용할 때에도 그 배후에 있는 아이디어를 언어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다른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방식을 스스로에게 되뇌다 보면 내용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

둘째, 분석 도구를 사용하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 응용을 강조하도록 노력하였다. 사회 과학의 하나인 경제학은 결국 사회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드러난 현상의 이면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고민하기까지 여러 사고 실험을 거치며, 그 사고 실험의 결과가 우리가 이 교과서에서 마주하게 될 분석 도구이다. 따라서 당초에 어떤 사회 현상을 염두에 두고 이런 내용이 출현하게 되었는지, 이를 통해 우리가 설명하려는 바가 무엇인지를 강조하고자 했다. 이론 사고 실험의 목적은 앞으로 발생할 유사한 상황에서 우리의 예측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분석 도구가 예측하는 관측할 수 있는 사실들과 분석 도구가 염두에 두고 있지만 관측하지는 못하는 과정들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구분을 명확히 하고, 분석 도구의 예측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자 노력하였다.

교과서는 가급적이면 수학적 지식 없이도 읽을 수 있게 서술하였다. 수학적인 지식이 있고, 이를 사용하는 것이 편한 독자는 ‘수학적 분석’란을 두어 보완적인 역할을 하게 했으니 이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그렇지 않은 독자는 수학적 분석 부분을 읽지 않고도 논리적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교과서가 구성되어 있음을 밝힌다.
현실의 관련 사례는 본문에서 최대한 언급하였으나 따로 언급할 필요성이 있을 때는 ‘참고할 내용’이라는 별도의 서술을 두었다. 교과서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꼭 필수적인 내용은 아니나, 추가적인 이해의 심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교과서 서술 중간에 요약을 넣어 놓았다. 요약을 통해 앞서 읽은 내용을 한차례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교과서의 활용 방식이다. 한 장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요약 부분만을 다시 읽어 보길 권한다.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그 장의 내용들이 떠오른다면 학습이 잘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학생일 때부터 들었던 설명들, 선배 교수님들의 수업과 자료들, 다른 교과서를 읽었던 경험 등등이 모여 이 책이 되었다. 가능한 한 평소 강의하던 내용을 중심으로 쓰기는 하였으나, 과연 어떤 설명이 독창적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누구에게 들었거나 보았던 것을 마치 내가 생각해 낸 것처럼 쓰지는 않았는지 두렵기도 하다. 그나마 직접 인용한 문헌과 지금까지 보았던 교과서들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직접 참고하지 않았더라도 참고문헌에 올려놓았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 서호주 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고려대학교에서 제자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응용미시, 공공경제학이며, 최근에는 가치체계로서의 문화가 미치는 경제적 효과에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