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상실을 극복한 현실 인식
조 석 구
문학평론가·문학박사
김학성 시인이 시집 『사월의 봄』을 상재한다. 우선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시집은 제1부 욕망의 이름으로 20수, 제2부 봄처녀 21수,
제3부 산골 24수, 제4부 아버지에 대한 사부곡(思父曲) 8수,
제5부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思母曲) 10수, 총 83수로 짜여
져 있다.
김학성 시인의 시는 생활시다. 자기 반성문이며 참회록이
다. 고독한 인간의 영혼과의 대화이며 위안이며 치유다. 날
마다 기록되는 명상으로 하느님께 바치는 일종의 기도다.
그는 한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눈물도 많다.
한은 소망이고 기다림이고 몸부림이다. 한은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의미가 되고 힘이 되어 타오르는 불기둥이 된다.
그는 불원천(不怨天) 불우인(不尤人)으로 시대와 사회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하늘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지 않
는다.
시 쓰기는 먼저 자기 구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적어
도 시를 쓰는 사람은 그의 시창작이 그 사람의 삶의 전부를
지배하여 스스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가치를 부여함으로
써 정신의 구원, 영혼의 구원을 얻는다.
시인의 길은 인간에의 길이다.
시인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고, 뉘우칠 줄 아는 사람
이고, 괴로워할 줄 아는 사람이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고,
끊임없이 용서하며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따뜻함이 있
는 서정을 느끼는 사람이다.
김학성 시인은 오산문인협회 회원으로 문학에 대한 열정
(Passion)이 대단하다. 일찍이 공자는 논어에서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다. 열정은 자질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세계를 알 수 있
는 단시(短詩) 하나를 살펴보기로 한다.
붉은 사월은
신들린 악령처럼
소름 돋히도록
희열과
전율의
꽃이어라
「사월의 봄」 전문
총 28자로 구성된 시다. 엘리어트는 그의 장시 「황무지」
에서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다. 시적화자는 사
월은 악령처럼 온 세상에 꽃을 뿌리며 온다고 하였다. 사월
을 붉은 사월이라고 하였다. 붉은 색 이미지는 용기와 도전
으로 아픔과 환희를 함께 지니고 있는 메타포이다. 작고 연
약한 씨앗이 겨울 단단한 땅을 뚫고 나오는 아픔과 환희를
일러준다.
시적화자에게 겨울은 너무 길었다. 그러나 그는 그 겨울을
잘도 견디며 살아 왔다. 이제 봄이고 싶다. 복사꽃 지천으로
피는 봄이고 싶다. 겨울이 없으면 봄이 없다. 겨울의 추위를
견딘 자만이 봄을 기다릴 자격이 있다.
한 편의 시가 언어미를 획득하지 못하면 존재성을 획득할
수가 없다. 좋은 시는 핵, 알맹이가 들어 있는 시, 한 편의 시
안에 한 세계 하나의 우주가 들어 있는 시 이런 시는 존재성
을 획득한 시이다.
시는 아름다운 것이다.
시는 따뜻한 것이다.
시는 거룩한 것이다.
인용된 「사월의 봄」은 어둠을 뚫고 한을 극복한 생의 환
희로 독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 매슈 아널드는 시
는 종교는 아니지만 종교를 대신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안개 낀 길이다. 끝없는 막연한 그리
움과 두려움이 함께 섞인 수수께끼이다. 그러므로 시는 현
실에 대한 절망과 삶에 대한 갈등에서 출발한다. 이런 점에
서 시는 근본적으로 부정 정신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러나 부정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에 오히려 강한 긍정과 화
해를 지향하게 된다.
고통받고 괴로움 받는 사람은 아름답다. 고통스러운 것은
저마다 빛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행복과 기쁨이 충만하다면
시가 필요 없다. 불행, 고독, 결핍감 등 고통의 극복을 위해
시는 필요하다. 상처받은 영혼을 치료하기 위하여 시는 존
재한다.
글을 쓰다 보니 서문이 너무 장황하게 길어졌다.
시집 『사월의 봄』은 그간의 작업을 총 정리하는 의미 있
는 시집이 될 것이다. 그는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다. 새
지평을 열기 위하여 새로운 변신으로 확산될 그의 시세계를
기대해 본다.
시는 그 시대의 살아있는 영혼이니까.
2022년 01월

사)한국문인협회 오산지부 회원, 시문학회 회원이다. 2009년 『동탄의 덕수이야기』, 2007년 『작은 세상에 벗들에게』 등을 펴냈다.

■ 서문 자아 상실을 극복한 현실 인식 _ 조석구
■ 시인의 말 삭힌 아픔으로 새로운 길을 열며
제1부 욕망의 이름으로
욕망 … 19
오월의 방황 … 21
어제 꿈 속에서 … 22
일상의 깨우침 … 24
자아自我 … 26
님아, 화가 났어 … 29
절대값 … 31
조석구 박사님에 대한 기억 … 32
종착(정신 신경증) … 34
친구 찾기 … 36
창밖에 그대 … 37
효자손 … 38
편해 보이는 사람 … 41
희망 1 … 43
희망 2 … 44
가을비 … 46
가을 속으로 … 48
가을의 반격 … 49
봄 그대는 사랑 … 51
봄봄 … 52
차례
제2부 봄처녀
봄처녀 … 55
빈집 … 56
국어 사랑 … 57
극치감 1 … 59
극치감 2 … 60
극치감 3 … 62
가끔씩 외로움을 느낄 때 … 64
가을아 … 67
가을과 문학 … 68
간발의 차이 … 71
가을이 연지골 학생들의 가슴 속으로 … 73
계절의 예찬 … 74
갈망 … 76
그리움과 슬픔 … 78
그래도 행복하다 … 80
꽃을 바라보면서 … 81
나는 이런 사람 … 82
나는 본시 이런 사람 … 83
나의 고향 … 84
나를 만들어 줘 … 86
나의 시상詩想 … 87
낭설浪說 또는 진실眞實 … 89
제3부 산골
산골 … 95
생각이 미치는 존재의 시간 … 97
백원 … 100
차산 박 선생님께 … 101
늦은 비 … 104
미운 털이 박히면 … 107
믿음 속에 의심 … 110
무제 … 111
보고 싶은 친구 … 113
엄마와 봄꽃 … 115
보고싶은 사람 … 117
봄이 오면 생각나는 것 … 119
봄 생각 … 121
사랑을 모르는 바보 … 122
사랑 … 124
어릴 적 내 친구 … 126
어느 철학도 … 128
사월의 봄 … 129
동심 우정 … 130
아버지의 흔적 … 132
우울과 긍정 … 133
자연의 향기 … 136
뱁새눈깔 … 138
제4부 아버지
아버지 1 … 143
아버지 2 … 144
아버지 3 … 145
아버지 4 … 146
아버지 5 … 148
아버지 6 … 149
아버지 7 … 150
아버지 8 … 151
제5부 어머니
어머니 1 … 155
어머니 2 … 156
어머니 3 … 157
어머니 4 … 158
어머니 5 … 160
어머니 6 … 161
어머니 7 … 163
어머니 8 … 164
어머니 9 … 165
누님 … 167
■ 발문 원석을 캐내는 즐거움 _ 성백원 … 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