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5년 동안 감감무소식에 시어머니는 날 죽이려고 한다.
달아나서 도착한 곳은 오랜 친구인 에반 해스워드의 저택.
“남편이 없다고 다른 남자 집에 찾아와도 되는 거야?”
5년 만에 만난 에반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더 성숙해져 있었다.
커진 덩치라든가, 좀 더 갸름해진 얼굴 등이 세월을 체감하게 했다.
“…돌려줄 게 있어서 와, 왔어.”
나는 머뭇거리며 에반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 내가 불쑥 찾아온 게 불쾌한가 싶을 정도로 에반의 표정은 감흥이 없어 보였다.
“그게 뭐든, 필요 없어.”
아니, 확실히 불쾌한 것 같다.
“…밖에 눈이 와. 그것도 더럽게 많이.”
“아, 미, 안해. 당장 나갈게.”
“데미아 로렌스, 눈치가 왜 이렇게 없어졌어? 오는 길에 눈에 파묻고 왔어?”
“어?”
“여기 있으라고. 눈 그칠 때까지라도.”
그런데 에반은 내가 싫다면서 왜 자꾸 옆에 붙잡아 두는 거지?
“나 아직 너 원망해. 네가 싫어, 데미아 로렌스.”
과연, 거짓과 진실이 얼기설기 얽힌 그와의 관계를 풀 수 있을까?
출간작 『딸이 쓴 로판 소설에 빙의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