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주제로 삼은 문학 논의의 핵심 대상은 선사들의 선시이다. 선사들의 기록물을 흔히 문집이라고 부르지 않고 어록이라고 일컫는다. 말한 것을 글로 적었다는 의미다. 어록 가운데 제시된 선사들의 선시는 당연히 문학 작품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데 이것을 매우 의외의 이유로 문학적 연구 대상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학 연구자들은 동서양 성현들이 남긴 많은 자료를 문학 작품으로 본다. 부처의 일생 말씀도 불전문학으로 다룬다. 여기에는 말하기 작품도 있고, 노래와 시 작품도 함께 있다. 삶의 유래를 이야기하고 제자나 외도들과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게송을 읊어서 깨달음의 세계를 드러낸다. 그 이후 역대조사들이 보인 삶의 과정과 그들의 게송도 당연히 훌륭한 문학적 성과로 다루고 있다. 선시의 문학적 연구는 이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독자들의 문예 미학적 경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선시의 특징적 표현은 물론 작품에 내재된 깊은 선지(禪旨)에 더욱 다가서게 할 수도 있다. 현재 불교문학, 그 가운데서도 선시에 대한 문예 미학적 연구가 미진한 상태에 놓여 있다.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문학의 본령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도외시하고 사상과 철학 연구자들은 그 내용에만 집중함으로써 선시는 그 자체가 온전한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선사의 선시 원전 자체를 하나의 온전한 완성작으로 보고 그 자체를 정확하게 문예 미학적으로 읽어내려는 의도에서 이 책을 집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