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 돌아가, 키시어드. 애초에 복수하러 온 것도 아니야.”
“엘레인!”
“난 이제 행복해졌고, 계속 행복 하고 싶어. 너랑 같이 여기 있자고? 내가 미쳤어, 내 발로 수렁에 기어들어가게. 그러니까 이제 내 인생에서 제발 꺼져.”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이 살인자야.”

BL소설의 악녀로 환생했다.
문제가 있다면 내가 그냥 BL소설에 환생한 게 아니라, 19금 다공일수 야설에 빙의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작품의 이물질녀, 메인수의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메인공의 약혼녀이자 사사건건 공식 커플의 사랑을 방해해 독자들로부터 암세포, 고답, 호구마라고 불렸던 엘레프리드 공녀가 되고 만 것이다!

어떻게든 메인공인 황제를 개심시키려고 10년이 넘게 노력해 봤지만, 조연인 나는 결국 원작대로 추방당하고 말았다. 나도 이제 더는 못 해 먹겠다. 어차피 이젠 날 환영해 주는 사람도 없는 거, 더러워서 떠난다, 떠나!

그렇게 떠난 지 2년 만에 내 누명이 벗겨졌단다. 근데 이걸 어쩌지? 난 이제 용서해 줄 생각이 없는데.

출간작 『당신의 후회는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