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의 후반부라고도 할 수 있는 2022년 그리고 2023년의 직장에서의 나의 삶은 그다지 평안하지 않았다. 평안히 연구하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했다. 육체적인 늙어감과 동시에 여러 학내의 정치적인 문제에 맞서 그저 앉아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하고 힘겨운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이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사무엘하 22장은 ‘다윗의 노래’라고 알려져있다. 사울과 모든 원수로부터 구원받은 다윗이 하나님께 고백한 시라고도 할 수 있다. 시편 18편에도 동일한 내용이 등장한다. 이 시는 다윗의 노년을 서술하는 후반부에 등장한다.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다윗은 육체적으로 연약했으며, 여러 정치적 난관을 헤쳐 나가야 했다. 불안하고 힘겨운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송하는 모습! 다윗의 시선이 여전히 하나님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하나님의 임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과 다윗이 여전히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로 서 있음을 나타낸다.
‘다윗의 노래’를 통하여 다윗은 자신이 경험한 하나님을 고백하였듯이 나 역시 내가 경험한 하나님을 찬송하고 싶었다. 김광석이 부른 ‘나의 노래’라는 곡이 있다. 노래가 자신의 힘임을, 그리고 자신의 가난한 마음을 노래로 부르겠다는 다짐을 노래한 곡이다. 비록 그 가난한 마음을 그 누구에게도 붙잡히고 싶지 않은 고백도 함께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 가사가 그리고 있는 희망의 풍경, 흥겨운 노래풍과는 달리, 곡으로부터 느껴지는 왠지 모를 슬픈 감성은 바로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김광석의 ‘나의 노래’는 한동헌이 노랫말과 곡을 만들었다. 노래패 ‘메아리’가 공연할 때마다 제일 마지막에 불렸던 노래 ‘그루터기’ 역시 그가 만들었다. 그 곡의 가사 일부를 살펴보자.

하늘을 향해 벌린 푸른 가지와 ♬♪♭
쇳소리로 엉켜 붙은 우리의 피가 ♬♪♭
안타까운 열매를 붉게 익히면 ♬♪♭
푸르던 날 어느새 단풍 물든다 ♪♭

그 곡 역시 정확히 희망을 노래하고 있지만 위 가사에 느껴지는 것처럼, 묘한 슬픔은 어찌할 수 없다.
나 역시 하나님을 알지 못했을 때의 희망은 언제나 이처럼 슬픔 속에 잠겨버렸다고나 할까…… 이젠 ‘절망하지 않는 사랑’을 마음에 품고, 찬송을 받으시기에 마땅한 그 분을 위한 ‘나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특별히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이 책은 누가복음, 에스라, 고린도전·후서, 시편, 창세기, 말라기, 에스더, 전도서의 내용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서술한 나의 노래이다. 한마디로 하나님의 사랑을 철학적 관점에서 노래했다고나 할까! 비록 그 사랑이 얼마나 잘 표현되고 이해될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이 책의 출판을 위해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시고 헌신적으로 지원해 주신 김정순 누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이 책의 겉 표지를 아름답게 만들어준 디자이너 강수연씨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녀의 창의적인 기여는 이 책을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리라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과 함께하는 여정의 동반자이자, 항상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는 아내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3년 12월 무안 초당대 미래관에서
김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