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것 같지 않은 육아, 비정상적으로 허덕이는 하루. 아무도 덜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 양육의 고통이 아이의 성장과 함께 조금씩 풀어져 갔다. 답은 결국 아이의 자라남에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사이에 내가 아무 해결책도 찾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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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면서 늘 생각했다. 어휴. 이코노미에서 비즈니스에 퍼스트에 뭐 좋은 건 알겠는데, 하늘에서 제공되는 것들이라 봤자 최고급칫솔이어도 칫솔이겠지. 캐비어든 뭐든 그냥 한끼먹으면 배부른 건 똑같은 음식이지. 개별 룸에 침대라고 해봐야 땅 위의 침대만 하겠나. 비싼것 치고는 참 가볍고, 하늘을 나는 대단한 기술력도 참 눈으로 보기에는 안전할까 부실한가 싶을 정도로 가벼운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고속버스를 타면 차가 커서 사고 나도 죽지는 않을거야 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는데. 며칠 전에 버스정류장에 서있는데 고속버스가 승객들을 내려주고 있었다. 서 있는 위치 때문에 버스 뒤꽁무니만 보였는데, 그렇게 견고한 믿음(?) 치고는 사람 내릴 때마다 뒤꽁무니가 뒤뚱뒤뚱 거리는 버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처량했다. 근데 고속버스가 빠르게 잘 달리려면 그렇게 뒤뚱거릴 정도로 유연하고, 기사님 의자는 풍선처럼 슉슉거리며 위아래로 흔들리며 차량의 외부충격을 줄여줬을 것이다. 기술력이 있고 튼튼할 수록 가볍고 우스꽝스럽다.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일수록 탈탈 털리면서 자기를 비워낼 줄 알아야 한다. 요즘에 육아를 하면서 탈탈 털리는 모양새가 우람한 고속버스 뒤꽁무니같다. 그런데 탈탈 털리는 것도, 그것도 능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잘 비워야지. 가벼워져야지. 그래야 멀리 가지. 자기 권리를 찾을 줄 알지만 또 ‘마땅히’ 자기가 해야 할 일로 여기는 것. 외줄타기 같은 밸런스를 어떻게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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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뚱거리는 버스의 뒤꽁무니처럼, 나는 멀리 가기 위해 마음의 무게를 줄이고 우스워지기로 했다.

흐르는 물길따라 그대로 몸을 맡기기로 선택한 나의 4년차 육아 이야기를 나눈다. 어쩌면 몸에 힘을 빼는 것조차, 육아 생활의 전체를 돌아볼 어느 날에는 "꼭 필요한 절차였다"라고 말할 것 같아서, 부끄러움 없이 또 책으로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