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국제 정세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진영과 중국과 러시아가 주축이 된 신흥국 진영의 대립이 고조되는 진영화가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의 제재에서 생존하기 위해 향하는 지역이 바로 아시아이며, 러시아의 고립 탈피 전략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아시아는 패권 경쟁과 변화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가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 패권 경쟁이 이루어지는 주 무대이기는 하지만, 아시아 국가는 단순히 배경으로 존재하는 수동적 객체는 아니다. 동남아 국가들은 생존와 이익을 위해 관여(engagement)와 제약(constrainment)이라는 두 원칙을 토대로 삼아 강대국의 위협을 제약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고 실용적인 외교를 펼친다. 강대국 패권 경쟁이 첨예하게 나타나는 또다른 지역인 중동, 그중에서도 특히 이란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의 경제 제재에 직면해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 등과 경제적, 안보적으로 밀착하며 고립을 타파하고자 한다.
오늘날 아시아 지역에서 강대국 간 패권 경쟁 속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은 아시아 각지의 분쟁을 종식하고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많은 아시아 국가는 대외적, 대내적 분쟁에 직면해 있으며,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민주주의를 안정화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아시아의 분쟁과 민주주의 정착은 국제 질서와도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이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아시아 지역 정치가 보여주는 역동성을 이해하는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