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은 오랫동안 연구와 지식 전파에 영상물을 활용했지만, 디지털 시대의 시각 이미지나 미디어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역사는 인접 학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지 않다. 그런데도 인류학에서의 이 분야 연구성과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변별적 연구 방법과 시각 그리고 접근방식에 있다. 장기간 참여관찰과 총체적 시각, 내재적 접근법, 문화 비교 등의 연구 방식과 이를 통해 축적된 시각과 이론 등은 디지털 시대에도 인류학만의 고유한 연구성과를 제시하는 토대다. 이 책은 이를 소개하는 입문서의 역할을 기대해서 기획하고, 저술되었다. 디지털 시대와 시각 이미지에 관한 다수의 연구성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이 책은 이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지적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1부에서 디지털 시대 이전의 인류학을 소개하는데, 이는 독자 대부분에게 인류학이 낯선 학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만 틀린 추정이기를 기대한다.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존재하는데, 인류학은 ?다른 분과학문들에 비해 ? 이 차이를 상대적으로 크지 않게 생각한다. 모든 학문은 자기 역사를 기반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연구대상을 바라보는데, 인류학도 예외는 아니다. 인류학의 오랜 역사와 담론 그리고 이론 등은 디지털 시대를 이해하는 데 토대가 되며, 이를 이해하는 것이 디지털과 시각 이미지 논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1부를 할애했다. 당연히 이 책에서 소개한 내용이 인류학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인류학 시각에서 디지털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2부에서는 이 책의 주제에 좀 더 접근해 인류학이 미디어와 시각 미디어를 어떻게 연구했는지를 소개한다. 인류학이 디지털 시대 이전과 직후에 어떻게 그리고 왜 시각 미디어 연구를 하게 되었으며, 대표적인 내용과 시각 그리고 성과가 무엇이었는지를 제시한다. 인류학은 앞서 소개한 방법과 시각을 중심으로 디지털 시대를 연구하는데, 이런 연구 방법을 흔히 ‘민족지 연구 방법’, 그 결과물을 ‘민족지’라고 칭한다. 3부에서는 디지털 민족지 방법과 원칙들을 소개하고, 경험과 사물 그리고 로컬리티를 연구하는 데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각 분야에서 인류학만의 연구사와 접근법, 연구성과 그리고 한계 등도 제시한다. 모든 학문은 특정 현상을 이해하는데, 장점이 있지만 나름대로 한계도 노출한다. 이와 같은 점 때문에 학제 간 연구가 주목받는데, 이 책은 이런 점을 고려해 충분하지는 않지만 인접 학문에서의 연구성과와 학제 간 연구도 소개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인류학에서의 총체적 접근법과 문화 비교연구 그리고 참여관찰 방법들이 잘 어우러진 시각인류학 연구사례들을 제시한다. 이 책 제목과 독자의 기대에 제일 부합하는 내용이면서, 인류학의 정체성도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다.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교수.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민속불교와 신종교운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에 『시각 콘텐츠 들여다보기』 『영상인류학 이론과 방법론』 『정보혁명』(공저) 등이 있고, 「매스투어리즘을 둘러싼 갈등과 사회적 대응」 「인도네시아 소수집단 대학살의 영화적 재현과 반향」 「독일 망명법 개정과 난민 네트워크의 저항」 등의 논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