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성과 관련된 용어들이 범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높아진 가장 큰 이 유는 우리 국민의 뜨거운 교육열이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자마자 바로 6·25전쟁으로 남북이 분단되었으며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국민들로서는 남보다 빨리 성공하고 뛰 어나기 위해 경쟁과 학력을 강조하는 교육은 불가피했다. 어른에 대한 예와, 충, 효를 강 조하기보다는 학업이나 성적 그리고 경쟁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우리는 경 제적으로는 대국이 되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청소년 행 복지수 최하위 국가라는 오명을 갖게 되었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 는 능력의 부족은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 빈번한 성범죄, 우울증 등의 사회 문제를 불러 왔으며 부모와 아이가 모두 행복할 수 없게 되었다. 급기야 2015년 7월부터는 국가와 지 방자치단체, 학교에 인성교육 의무가 부여되는 「인성교육진흥법」이 발효되었다. 이로써 우 리나라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인성에 대한 보편타당한 합의가 이루어진 적이 없음에도 인성교육을 법으로 정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하루 일과의 교육 목표 달성도 힘들어 허덕이는데 인성교육이 가 능 한 것일까 의구심이 앞선다. 더더욱 어려운 것은 사람다운 사람이나 사람 됨됨이를 가 리는 기성세대의 안목이다. 부모나 교사들이 과연 아이들의 바른 인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의 안목은 있는 것일까? 친구들에게 자기 것을 양보하는 아이에게 ‘넌 애가 착해 빠 져 가지고 이다음에 네 밥도 못 챙겨 먹을 것’이라고 혀를 끌끌 차는 어른들이 과연 인 성교육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인성교육의 확대·강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지만 법이 제정되었다고 다 되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 다.”는 말이 있다. 이미 초등학교 정도만 되면 두뇌 발달 특성도 거의 정해지고 기본 인 성이 정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가정에서 형성된 아이들의 인성을 학교에서 어떻게 다시 가르치고 보완할 것인지 염려스럽다. 특히 「인성교육진흥법」에 명시된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와 덕목은 예(禮)와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이다. 인간 사회의 덕목 이란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비슷하겠지만 19세기에 논의되었던 내용을 유아, 초등, 중등, 고등 등 모든 학교 교육에 적용해도 되는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인성을 입시나 점 수화한다는 발상은 정말 아 이들에게 도덕이나 윤리 과목을 하나 더 첨가하는 것은 아 닌지 한번 의심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성교육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인성교육은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측면이 강하여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나 언어, 태도 만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 동기, 무의식과 내면적 상태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흔 히 “인성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기르기 위한 것이다.”라고 하는데 인성교육의 핵심은 도덕성의 발달에 있고, 앎, 정서, 행위의 세 측면이 모두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구 성 요인은 자기이해와 존중, 타인에 대한 민감성(공감 능력), 정서 조절 및 행동 통제 능력, 도덕적 규범의 이해와 실행 등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학급의 리더로 적합한 아이는 어떤 아이인가? ”라는 질문에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도 ‘친절한 행동을 하는 친 구, 남을 많이 배려하는 친구, 어려운 친구를 많이 도와주는 친구’라고 대답하기 때문이 다. 여덟 살 초등학생들도 좋은 성격 또는 인성을 가진 친구가 자신들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들의 인성은 그 아이가 가진 우수한 자질이며 실력이다. 왜 수학이나 영어 실력을 위해 어린 유아들에게 사교육기관들을 전전하게 하면서 남을 배려 하는 마음,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키우는 일은 등한시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많은 사람이 인성이 중요하 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성교육의 필요에 의해 저자들은 강의하기 에 적합한 도서를 찾던 중, 최근 뇌와 마음에 관한 뇌과학적 연구들의 결과로 영유아의 뇌발달을 이해하는 것이 인성교육에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였고, 이에 따라 그 이론과 실제를 교사나 부모 교육에 적합하도록 재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리나라에는 뇌 연구에 기초한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는 하였지만 아직 초창기이 다. 2003년 한국심리학회에서도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있었다. 여기서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현재까지의 뇌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학, 교육, 예술, 기업 경영 나아가 일상생활에까지 응용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하고 있다. 뇌발달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남보다 빨리 그리고 많이 교육하거 나 아이가 흥미도 느끼지 않는 것을 강제적으로 주입해도 된다는 생각에 대한 부작용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즉, 발달 정도에 맞지 않는 인지교육에만 치 중함으로써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정서장애, 문제행동아가 양산되고 있으며 과잉학습장 애 증후군을 보이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학습자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 회의 문제를 야기하는 우리의 교육 현실, 사회 현실이라고 볼 때 영유아의 뇌발달을 이해 하고 이를 인성교육에 적용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서는 크게 3부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제1부는 영유아 인성교육의 이론, 제2 부는 영유아 뇌발달의 이해, 제3부는 영유아 인성교육의 실제로 구성하였다. 물론 필자 들은 수년 전부터 행복교육연구소에서 영유아의 뇌발달 관련 교육과 연구 모임을 진행 해 왔으며 최근 10년간 많은 뇌학자들의 연구 결과 덕분에 이를 인성교육에 적절하도록 재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인성교육의 실제 부분은 유아교육 현장에서 활용하기에 적절하게 구성한다고는 하였으나 교육 현장은 각 기관마다의 특수성이 존재 하므로 활동들을 영유아의 뇌발달과 현장 여건에 적절하도록 재구성하는 데에는 어려움 이 있었다. 원고 작업을 마치면서도 아직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지만 앞으로 독자들의 진심 어린 조언에 힘입어 점차 완성해 가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