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통의 인간에게 바친다.
평범한 영웅. 여기저기 흩어진 인물, 무수히 많은 보행자 말이다.”
대중은 딴짓을 한다
사람들은 종종 회사에서 딴짓을 한다. 복잡하게 꼬인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헤쳐나가기도 하며, 때때의 임기응변으로 코앞에 닥친 어려움을 능청스럽게 피하기도 한다. 요샛말로 ‘월급 루팡’으로 불릴 만한 그들의 행동에 대단한 뜻이나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행위는 거시 구조나 정책 용어로는 포착되지 않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가깝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방식으로 고용주가 강요하는 촘촘한 시스템을 피해 스스로의 업무 방식을 ‘발명한다’. 『일상의 발명』은 오늘날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대중이 어떤 방식으로 저항하는지 흥미롭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 미셸 드 세르토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표현한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적 행위 속에서 인간의 놀랄 만한 창조성을 발견한다. 일견 수동적이고 무의미해 보이는 행위가 오히려 기성의 구조 속에 모호함과 애매함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생겨난 틈새 속에 대중은 자신의 창조적 흔적을 무수히 남긴다. 뤼스 지아르가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세르토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단순한 획일화와 권위에 대한 복종을 읽어내는 대중의 일상적 행위에서 창조적인 미시저항을 발견해냈다.
역사가이자 예수회 사제로서 신학과 인류학, 정신분석과 문화연구를 넘나든 20세기 프랑스 지성사의 독특한 인물. 1925년 5월 프랑스 남부 샹베리에서 태어난 세르토는 그르노블대학교 등에서 철학을 공부한 뒤, 1950년 예수회에 들어가 1956년 사제 서품을 받는다. 1960년 소르본대학교에서 예수회 공동 창립자인 피에르 파브르의 신비주의 사상에 대한 논문을 제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근대 초기 종교사 전문가가 된 세르토는 17세기의 저명한 신비주의자이자 구마사, 예수회 사제인 장조제프 쉬랭의 저술을 편찬하면서 동시에 정신분석학에 이끌려 라캉학파에 참여한다. 기호학과 아날학파의 방법론에도 관심을 기울이던 그는 68혁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이후 현대사회와 일상성 문제에 천착해 문화이론가로도 입지를 다진다. 특히 일상의 층위에서 지배 권력에 맞선 미시저항의 실천을 성찰한 전략/전술 개념은 20세기 후반 지성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르토는 파리8대학교 등에서 강의하다 1978년 미국으로 건너가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를 지내고, 1984년 파리로 돌아와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신앙의 역사인류학’ 분과를 맡지만, 1986년 1월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사후 유고를 정리하고 책으로 펴내는 일은 제자인 뤼스 지아르가 주도했다.
주요 저서로는 『이방인 혹은 차이 속의 결합』(1969), 『루됭의 마귀들림』(1970), 『복수형의 문화』(1974), 『역사의 글쓰기』(1975), 『일상의 발명 1: 실행의 기예』 『일상의 발명 2: 거주하기, 요리하기』(1980), 『신비주의의 우화 1』(1982), 『과학과 픽션 사이의 역사와 정신분석학』(1987), 『타자의 자리: 종교사와 신비주의』(200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