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 전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순간이 내게 소리 소문 없이 들이닥쳤다. 그 일 이후 알게 된 사실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한 부류는 간병을 필요로 하는 사람, 그리고 다른 한 부류는 간병을 행하는 사람. 그렇게 두 부류의 인간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하는 사람’이란 단순한 의미로 (진화론적 가치를 담아 표현한 것은 아니다) homo curatiens라고 나 혼자 명명했다.
(*curat는 라틴어로 ‘간병하는, 돌보는’의 의미로, 원래는 책 이름으로 이 단어를 사용하려 했으나, 지혜로운 지인의 조언에 따라 변경했다.)

시간차는 있겠지만, 인생 살면서 한번은 반드시 대면하게 되는 ‘간병’! 직접 그 현장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도 간접적인 부담을 갖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시작하기 전, 미리 양해를 구한다면, 지금부터 짧고 초라한 나의 경험을 통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한마디 가난한 위로라도 전하고 싶은 소박한 욕심에 시작된 것이기에 그저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내 선택과 행동이 정답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처지와 환경이 다르다보니 각자 진심을 담아 고민하고 선택하리라 생각한다.

또 한 가지,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를 뒤죽박죽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미리 자수한다. 당시 감정과 의미전달을 위해 편하게 섞어 사용했으니, 혹시 자격유무를 엄격히 다루시는 분이라면 미리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