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놀라운 강의>의 주인공인 두리안에 대해 맛을 보기는커녕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두리안이 식물인지 동물인지조차도 몰랐어요. 강의를 듣고 보니 냄새가 아주 고약하지만 맛은 끝내주는 과일이라 합니다.

아마도 한입 머금고 씹는 동안에도 끔찍한 향이 코를 자극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에도 두리안을 먹어보고 싶어요. 왜냐하면 일단 먹어도 되는 안전한 식품이니까요. 과일킬러인 저로서는 새로운 과일을 맛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은 남들이 거북해하기에 더 호기심이 생깁니다. 냄새만 극복하면 과일의 황제라니 당연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과일이든, 사람이든, 어떤 상황이든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판단하면 정말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것 같아요. 제게 인연되어 찾아오는 학생의 대부분은 수포자입니다. 수학을 진저리치도록 싫어하는데 신기하게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님들도 당신의 아이들에게 두손 두발을 다 들었어요.

수학을 핑계 삼아 이런 학생을 만나서 수업해보면 부모나 학원의 섣부른 지도로 수학을 싫어하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논리적인 학생임에도 수학성적이 엉망이어서 자신의 수학머리는 나쁘다고 쥐어박고 있어요. 맛있는 두리안이 냄새에 밀려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듯이 성적이라는 악취에 가리워 진정한 자신의 실력을 눈치채지 못하는 학생들이 안타깝습니다. 저의 입장에서는 학생이 받은 성적이라는 냄새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학생이 가진 본래의 달콤한 수학자질을 끄집어내는 행운을 누립니다.

선입견에 가려져서 그 가치가 숨겨진 인물들이 무척 많음을 알게 되는 강의였어요. 수학자, 과학자, 정치가, 가수, 시인 등의 기사화된 면모로만 판단해서 그의 참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독자님 중에서도 두리안과 같은 인물의 역한 냄새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분도 계실 거예요.

그럼에도 끝까지 완주하신다면 과일의 왕으로서의 두리안을 맛보실 겁니다.

아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