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칩에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br />단순노동자에서 검사원으로, <br />검사원에서 수리기사로, <br />공장 안에서 나름대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며 <br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했다.<br /><br /> 주ㆍ야간 2교대로 12시간씩 일하면서도 퇴근 후에 <br />동료들과 함께하는 소주 한 잔이 너무나 행복했다. <br />야간근무가 끝나면 으레 해장국집에서 <br />일 얘기, 사랑 얘기, 사는 얘기, 술잔에 얹어 <br />주거니 받거니 하며 노동의 무게를 덜어내곤 했다.<br /><br /> 얼마 전 그 시절의 직장 동료들을 만났다. <br />20대에 만나 40대가 되었지만, <br />그때의 추억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br /><br /> 왕왕 기계 소리가 울리는 공장에서 일하던 스무 살 소녀가 공무원이 된 사연, <br />그리고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었던 <br />공직생활의 실상을 이야기해보려 한다.<br /><br /> 지금, 이 시간에도 노량진 어딘가에서 쪽잠을 자며, <br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서, <br />기계 소리 왕왕 울리는 공장에서 꿈을 펼치지 못한 채 <br />야간근무를 하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