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들은 이 책의 제목을 요즘은 잘 안 쓰이는 『교육과정과 수업』으로 정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요즘 수업이론은 마치 교육공학 분야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으며, 심지어 교육과정을 전공하는 학자들조차도 간혹 교육과정 분야에서 수업이론을 아예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히 그릇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교육과정과 수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따로 분리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수업은 교육과정의 실존적 양상이다. 교육과정이 현실 속에 구체적으로 드러난 역동적 모습이 곧 수업이며, 교육과정은 수업을 통해서 비로소 완성된다. 교육과정이 전제되지 않은 수업 논의는 추상에 불과하며, 수업 논의가 결여된 교육과정 담론 또한 탈 맥락적인 막연한 논의에 머물 수밖에 없다.

타일러(R. W. Tyler,1949)의 책 이름이 『교육과정과 수업의 기본 원리』가 된 것이라든가,브루너(J. S. Bruner, 1960)의 책 이름이 단순한 『교육과정』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교육의 과정(The Process of Education)』이 된 것도 이를 잘 뒷받침해 준다.

이 책은 취지에 맞게 가능한 한 교육과정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다루어 보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론들 간에 서로 상충되는점들도 없지 않다. 저자들도 그 점을 충분히 인식했지만, 인위적인 첨삭이나 수정 없이 독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그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교육과정과 수업 논의에는 절대적인 한 관점이나 일률적인 정답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독자 입장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교육과정과 수업에 관한 아이디어를 획득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