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시대 배경이 서기 3세기 초엽의 50년 안팎이요, 『열국지』는 그보다 약 7세기 전의 춘추전국시대 이야기이며, 『초한지』는 시대적으로 꼭 그 중간인 기원전 3세기 말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라서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면 그보다 한 시대 앞선 이야기인 『초한지』를 읽지 않고는 아무래도 한구석이 덜 채워진 것 같은 아쉬움이 들 마련이요, 『열국지』를 읽은 사람으로서는 바로 뒤이어서 펼쳐지는 사건들을 추구하는 마음에 필연적으로 『초한지』를 찾기 마련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초한지』는 단독으로도 그 역사성이나 소설적인 흥미가 크다는 사실은 췌론(贅論)할 필요가 없거니와, 중국 고전으로서 역사소설을 이야기할 때, 『열국지』와 『삼국지』를 이어주는 역사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는 『초한지』는 한결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