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모델 연극치료’를 명확한 실체로 만들기 위해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처럼 지나온 시간의 결실입니다.
이 책은 연극치료에 대한 믿음과 열정을 지닌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보다 조금 앞서 연극치료를 경험한 제가 그들의 길잡이가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 쓴 것입니다. 많은 연극치료 선구자들은 한결같이 연극치료를 연극 예술의 입장에서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이 책 1장에서는 바로 이러한 내용을 간략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스타니슬라브스키와 아르토, 그로토프스키가 말한 연극 이론에 치료적으로 접근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아르토와 그로토프스키가 제시한 이상적인 또는 궁극적인 연극을 통해서는 연극치료 작동 방식의 틀을 살펴보고,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기 훈련법은 연극치료의 작업과 일치함을 보았습니다.
이를 출발점으로, 2장에서는 ‘감정’을 핵심 용어로 정하여 ‘감정 모델 연극치료’가 무엇인지 설명합니다. 연극치료에서 ‘감정’은 도구임을 강조하고, 이것을 어떻게 그리고 왜 사용해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큰 맥락에서 다섯 가지 감정(자기연민의 슬픔, 분노, 자기혐오, 사랑 그리고 이타적 슬픔)의 경험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코헛의 자기심리학의 관점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지금까지 설명한 것을 이야기를 활용하여 실제 작업에 적용한 사례를 다룹니다. 사실 연극치료에서 이야기 사용은 필수가 아닙니다. 연극치료는 몸에 대한 인식이 가장 중요한 만큼, 감각과 감성을 자극하는 풍성한 방법들만으로도 치료 효과가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우리에게 연극 활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편안하고 안전한 그릇의 역할을 제공합니다. 또한 어떤 이야기든지 치료의 목표에 적합한 방식으로 구조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극치료 작업에 자신감이 생깁니다.
치료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치료사의 긍정적이고 이타적인 마음과 책임입니다. 아픈 사람들은 좌절을 많이 경험하였기 때문에 더욱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따라서 치료사는 참여자로 하여금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도록 긍정적인 힘으로 끌어 주어야 합니다. 치료사가 자신을 내려놓고 온전히 참여자의 몸과 마음을 따라갈 때, 비로소 참여자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문학박사)했고, 프랑스 파리10대학 불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연극치료협회 초대회장 및 한국연극예술치료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용인대학교 연극학과, 일반대학원 예술치료학과 명예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