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역사가 있다. 고단했던 우리 가족에게도…
『정가네 소사』는 제목 그대로 ‘정씨네 집안의 작은 역사’이다. 작가는 자신이 듣고 겪고 추억하는 모든 과거를 차분하게 종이 위에 그려내었다. 이 작품은 ‘갑오년 동학 혁명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기를, ‘공간적으로는 부모님 고향인 전남장성과 전북 김제에서 시작, 서울과 만주’를 배경으로 자기 가족의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그 목소리는 진솔하고 담백하다. 집안 어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줄기 삼고, 작가 자신의 추억을 보태 만든 옴니버스 이야기는 종종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작은 역사의 사소한 의미를 기억하게 한다.

작가가 풀어 낸 ‘정씨네 집안의 작은 역사’는 고단한 근현대사를 건너온 한 가족의 ‘집단적인 기억’이며 ‘김가네, 이가네, 박가네 소사’의 다른 이름이다. 한학자이셨던 증조할아버지, 만주에서 해방을 맞아 조국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돌아가신 할머니, 식민지 현실에 암담해 하며 금광의 일확천금 투기를 일삼다 가산을 탕진한 외할아버지, 타고난 책임감과 부지런함으로 무너진 가정을 지켜낸 할머니, 배우지 못한 것을 평생 한스러워 하며 무면허 의사를 하시던 아버지, 성장 공장 아가씨였던 어머니, 산에 올라가 빨치산이 된 육촌 할아버지, 그 연유로 연좌제에 엮여 사관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던 형, 피난을 가지 못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친척 할아버지, 억척스럽게 살아 보기 위해 노력했던 길룡이 아저씨, 정스럽지만 악착같았던 생긋장수 할머니, 사우디에 다녀온 순호 당숙, 서울로 올라오며 고향에 남겨 두었던 영리한 개 거뭉이…그리고 작가 자신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인생은 우리 가족이 살았던 그 시대를 고스란히 함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