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나는, 나의 팔순 세상의 신입생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2018년 8월 31일이 나의 79번째 생일이므로 2018년 9월 1일부터는 내가 한 번도 살아 보지 않은 팔순 세상의 신입생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해마다 한 살씩 쌓여가던 내 나이가 한꺼번에 여든 살로 훌쩍 건너뛴 듯 올해의 내 나이에 대한 느낌은 그 전과는 좀 다르다. 인생 여정 그 자체가 매일 살아보지 않은 시간을 살아가는 행로인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제 인생의 끝을 향해 열린 나의 시간들이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세상 속으로 들어서는 듯 새삼스럽게 좀 긴장이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더 우아하고 품위 있게 살아내기 위해 조심스럽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조바심을 가지고 기대 반 근심 반으로 나는 팔순 세상의 신입생이 되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신체적, 인지적 건강은 약해질 것이고 그에 따르는 불편함도 점점 더해 갈 것이다. 하지만 반면에 인생에 대한 인식은 좀 더 깊어지고 지혜로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나를 낯설게 할지도 모르는 팔순 세상의 새로운 상황을 지혜롭게 몸에 익히고 싶은 마음으로 지난 삶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삶으로의 발걸음을 옮겨 보고자 한다. 그런 나의 소망을 정리하면서 나는 내 삶을 받쳐주고 있는 네 개의 기둥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 네 개의 기둥은 ‘사랑’ ‘신앙’ ‘상담과 문학상담’ ‘스승’이다. 이 커다란 네 개의 기둥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전후좌우로 서로 교차하고 이어지면서 오늘날까지 나의 삶을 직조(織造)해 오고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