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근대 시기 우리나라에 들어온 서구적 ‘교육’ 개념이 어떻게 수용되고 변화되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그동안 발표된 연구성과를 정리한 것이다. 각각의 연구자들은 자신의 관심 주제를 중심으로 따로 또 같이 비슷한 고민을 논문으로 발표하였고, 이러한 연구들을 하나로 묶어 책자로 발간할 필요가 있음에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되었다. 이 책이 갖는 특징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이 책은 시간적 관점에서 교육개념을 이해하려는 것으로, 단순히 어떠한 교육현상이 있었는가를 살펴보는 ‘교육사(敎育史)’라기보다 오히려 ‘교육학사(敎育學史)’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즉, 인류 문명사 속에서 교육행위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발전되어 왔는가를 확인하는 것을 교육사라고 한다면, 교육학사는 학문으로서 ‘교육학의 역사’라는 점에서 교육 및 교육 관련 용어나 이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수용·전파되며 또한 변용되어 왔는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둘째, 여기에 실린 연구논문들은 상당수의 표를 포함하고 있다. 기존의 교육사·교육철학 논문들이 개념적 논리성을 중시하였다고 한다면, 이 연구물들은 컴퓨터 정보검색 서비스를 이용한 다양한 수치화 작업을 도입하였다. 그 출발은 이미 『국역 조선왕조실록』이 CD-ROM으로 출간된 1995년부터였다. 예전 연구자들이 『조선왕조실록』의 한자 원문을 일일이 읽어 가면서 단어 목록 카드를 작성하여 엄청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일생 작업으로 해당 논문을 작성하였다면, 1995년 이후의 연구자들은 한글로 번역된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컴퓨터 단어 검색 기능을 통해 상대적으로 손쉽게 과거 사료에 대한 양적 통계조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단어검색을 통해 특정 자료들만을 선택적으로 골라 집중적으로 읽어 볼 수 있게 됨으로써 과거에는 개인적으로 해내기 어려웠던 연구 과제를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통해 실현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본 연구의 상당 부분은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하여,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데이터베이스(http://db.history.go.kr/), 한국교육학술정보원(www.keris.or.kr/)에서 제공하는 학술연구정보서비스(http://www.riss.kr/), 그리고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전거(典據)데이터 검색·제공서비스(http://id.ndl.go.jp/auth/ndla/) 등 다양한 정보검색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다. 향후 빅데이터 분석방법이 발전되면 더욱 다양하고 폭넓은 연구방법론이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이 책의 핵심 주제가 되는 개념사 연구는 2013년 한국연구재단의 중견 연구자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근대 ‘교육’ 개념의 수용에 관한 개념사적 고찰”이라는 3년 과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부에서부터 교육학을 전공하면서도 여전히 “교육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놓지 못하고 있다. 대학원 시절 박사학위를 받는 선배가 지도교수에게 “교수님, 교육학이 뭐지요?”라는 질문을 하였고, 지도교수는 그저 미소를 보내 주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교사생활을 오래 하였던 그 선배가 박사학위 논문을 다 쓰고 던진 질문에 대하여 지도교수의 미소는 아마도 “드디어 자네도 이제 교육학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군.”이라는 격려와 동지애를 보여 주었던 것은 아닐까. ‘염화시중의 미소’처럼…. 이 책의 주제인 교육개념사 연구를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교육과 교육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이 향후 교육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전공에 대한 진로 고민에 보탬이 되고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