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제도는 오랜 기간 한국 사회의 부동산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br />무엇보다 세입자들의 내집 마련에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며, 주거 안정에 크게 기여하였다. <br />세입자들은 매달 지불해야 하는 월세 대신 보증금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br /> 주거비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br /><br />임대인 또한 한 번의 큰 보증금을 받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를 위한 <br />현금 흐름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 할 수 있었다. <br />전세는 양쪽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유리한 선택지였다. <br />건설회사는 더 많이 지어 팔수 있었고, 국가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순기능 역할을 해왔다. <br />그러나, 이 모든 순기능을 가지고도 전세제도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거대한 위험이 있었다. <br /><br />그것은 ‘ 전세 기간 만료 이후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br />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세 보증 사고위험’과 처음부터 자칭 임대인이라는 <br />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생각 없이 의도적으로 임차인을 기만하여 임대차계약을 <br />체결한 후 보증금을 가로채 달아나 버리는 ‘전세 사기 위험’이다.<br /><br />그리고 현재 이것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br />폭발적인 뇌관이 되어 우리 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br />2020년~22년 부동산 시세가 최고가일 때 매매가의 80%에 육박하는 <br />전세가율의 임대차 계약이 부동산 시장 전반에서 이루어졌다. <br />그 세대들의 전세 만기는 2022년부터 도래하기 시작했다. <br /><br />그러나 재정 긴축에 의한 고금리 정책으로 이미 부동산 시상에서의 매매가는<br /> 2년 전 전세가보다 낮아진 다음이었다. 역전세는 전세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br />또 다른 주택을 투자했던 사람들에게 아예 돌려줄 보증금이 없는 문제를 양산했다.<br />또한 사회의 혼란을 틈타 건축왕이니 빌라왕이니 하는 조직적이고 <br />전문적인 사기꾼들이 저지른 전세 사기의 전말이 수많은 피해자를 통해 폭로되었다. <br /><br />특히 ‘전세사기’는 악의의 사기꾼들이 전세 시스템의 허점과 정부 정책의 오류를 <br />오히려 발판 삼아 조직적으로 한판 신명 나는 사기극을 벌인 결과이다. <br />한국주택금융공사(HUG)에서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전세 사기에 의한 <br />보증보험 보상 규모는 1조 1,726억 원으로, 전세 사기에 노출된 사람들은 주로 20~30대의 젊은 층이었다. <br /><br />일반 사람들에게 “집”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감히 꿈꾸고 소망하며 <br />기꺼이 희생을 자처하여 얻는 “삶의 보상”이자 ‘가정의 일원’이다. <br />사람들은 살다가 갑작스러운 어려움에 봉착하여 벼랑 끝에 내몰려서야 <br />비로소 살던 “집”을 놓는다. “집”이란 한 개인에게 혹은 한 가족에게 인생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것이다<br /><br /> 죽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지키고 싶어 하는 너무나 소중한 삶의 자산이다. <br />“전세 보증금”은 임차인에게 그 “집”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임차인에게 <br />그것은 힘든 인생에 얻은 재산의 전부이다. 세상의 모든 사기는 다 나쁘지만<br />특히 전세 관련 사기나 위험은 그런 의미에서 한 인간의 삶의 근본을 송두리째 빼앗는 사악한 범죄이다. <br /><br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대한민국의 경제를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br />해 왔던 전세제도가 오늘날 어떻게 우리 사회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일까? <br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고 순기능을 강화할까? <br />어떻게 우리 시대 젊은 세대들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줄 것인가? <br />이러한 고민이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시작점이다.<br /><br />‘전세 사기“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인식하고 정확한 원인을 탐색하지 않으면<br /> 실효성 없는 엉뚱한 법안을 만들게 할 것이고,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br />사라지지 않은 채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