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허초희의 시집은 우리나라 첫 번째 여성 시인의 시집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 공부거리를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 ‘그 전에는 왜 여성 시인의 시집이 없었느냐’는 질문부터, ‘그런 시대에 난설헌의 시집은 어떻게 편집되고 간행될 수 있었느냐’는 질문까지, 강의에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강의자료를 수정하고 보완하였다. 『허난설헌 강의』는 이런저런 자리에서 강의한 자료를 몇 가지 주제로 수합하여 공개하는 책이다. 난설헌이 1589년에 세상을 떠나자 허균이 유작을 수습하여 1590년 류성룡에게 발문을 받았는데, 『서애집』에 실린 이 발문의 제목은 「발난설헌집(跋蘭雪軒集)」이다. 류성룡이나 주지번이나 양유년 모두 이 정도면 난설헌의 시나 시문이 다 수집되었다고 생각했기에 제목에 ‘집(集)’이라는 글자를 붙였지만, 불태워졌던 유고를 기억 속에서 수습했던 허균은 미완성의 시권이라 생각하여 ‘시(詩)’라는 글자로 끝냈다. ‘집(集)’이나 ‘유고(遺稿)’, 또는 ‘전서(全書)’라는 글자로 문집 제목을 끝내던 우리 문학사에서 『난설헌시(蘭雪軒詩)』는 보기 드문 제목이다. ‘난설헌집’에 실리지 않은 난설헌의 시가 국내외에서 계속 발견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난설헌집’을 완성할 숙제가 우리 독자들에게 남겨져 있다. 『난설헌시』 밖에서 전해지는 난설헌의 시들을 한 편 한 편 찾아낼 때마다 누군가에 의해서 『허난설헌 강의』가 수정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