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헌공 강귀손은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인덕이 많아서, 그 후손들까지도 친인척이나 친구들과 가족처럼 지냈다. 아버지 강희맹이 처가에서 상속받은 금양별업을 외가 안씨 문중에 돌려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여, 안씨 문중에서는 오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씨네 시제에 참석하고 있다. 숙헌공의 아들 태수가 동년 친구인 모재 김안국과 “자녀들이 자라면 혼인을 맺자”고 약속했었는데, 태수의 아들 복이 병에 걸린 것을 알고도 모재는 그에게 딸을 시집보냈으며, 사위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외손자들을 집에 데려다 키웠다. 미수 허목이 진외가 강씨네 묘도문자를 많이 지은 것도 결국 숙헌공의 인덕이 끼친 결과이고, 태수의 증손자 종경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그의 친구인 우계 성혼과 의주부사 김여물이 아들 하나씩을 데려다 길러준 것도 결국 숙헌공의 인덕이 후손에게 끼친 결실이다. 숙헌공의 아버지 강희맹은 문장가로 이름을 떨쳤다. 그가 편찬한 『진산세고(晉山世稿)』를 이유원이 이미 한국의 대표적인 세고(世稿)로 인정하였거니와, 서거정이 어명을 받아 『사숙재집』을 편집하고 간행한 이후에도 문집을 낸 후손이 열 명이나 나와 문한가계도(文翰家系圖)를 작성할 수 있게 된 것도 숙헌공의 인덕이 후손에게 끼친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후손 강선구 서백이 작성한 통정공 후손 문한가계도(文翰家系圖)에 의하면, 두세 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문집이 숙헌공의 후손에게서 나왔다. 자신이 지은 글은 없지만 다른 분들의 글을 통해서라도 숙헌공의 인품과 행적을 살펴보고 싶다는 후손들의 부탁을 받고, 여러 문헌을 참조하여 이 책을 만들었다.
중종반정을 계기로 하여 조선초기의 문벌이 재편성되는 과정에서 진주강씨 통정공파를 여전히 문장가 집안으로 정착하게 하였던 숙헌공 강귀손의 행적이 이 작은 책을 통하여 조금이라도 알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