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종교보다도 인간의 내면을, 인간의 삶의 원천을 그래서 신이 바라는 대로 이 지상에 태어난 순전한 목적을 다하도록 그리고 때 묻지 않고 살아가도록 내게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이다. 내가 길을 가다가 넘어지면 시는 내게 손을 건네주고 일어나라고 사랑이 가득한 미소로 다가온다. 내가 삶에 지쳐서 세상이 어렵게만 보일 때도 내게 다정한 길을 안내해 주는 내 사랑하는 동반자로 나타난다. 내게는 밥도 옷도 그리고 잘 곳보다도 시를 통해 무한한 행복의 노다지를 캘 수 있다. 삶에 있어 시가 없다면 삶에 있어 내 가난한 품성에 기름을 쳐주는 시가 없다면 하고 자주 생각한다. 다행히도 내겐 잘 쓰든 못 쓰든 시가 내게로 항상 오고 가고 체류하고 있다. 내 가슴속에 그리고 내 살과 핏속에 신전처럼 거주하고 있다. 내게 있어서 첫 시집을 낸 후 참으로 6년이 지나가면서 항상 시인으로서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살다가 이번에 시집을 내기로 결정한다. 그동안 썼던 시들을 마음속의 골방에 가득 차곡차곡 정리하여 놓은 느낌이어서 훈훈하고 기분이 좋다.

책을 엮으며 5

제1부. 겨울바다의 묵시록
나팔꽃 16
이도다완[井戶茶碗]을 구우며 18
겨울바다의 묵시록 20
뿌리에 대하여1 22
배롱나무 25
청계천 사람들 28
간이역을 지나며 32
다리에 대하여 34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사람 36
바다에 서서 37
바다에 서서2 38
바다의 수채화 39
겨울수화 40
봄의 파충류 42
가을 43
노트와 펜 44
비[雨]와 비非 45
조각모음에 서다 48
시선 49
아내의 잠 51
광안대로 54
풍風 56
나무 58
바람의 말 59

제2부. 나무와 해바라기
나무와 해바라기 62
나무를 기다리며 64
달의 몰락 66
동네 목욕탕 69
문동리의 아침 71
마음의 산책 72
백장미 74
버스 유감 75
봄처녀 77
낮은 파도소리 79
비오는 날에 비의 날개를 적신다 80
생의 철학1 82
비와 나무 83
손수건 86
옥탑방 88
옥포 89
저물녘의 시 91
용호동 문촌에서 93
낙타 95
육손의 초상화 97
저물녘의 시2 99
회화나무 그늘 아래서 101

제3부. 유배시첩
수국 104
남태평양 참치 집에서 106
부치지 못한 편지 108
가을이면 과물果物은 짐을 챙긴다 110
행복예감 112
가을단상 114
곡비 115
사랑노래 117
사랑노래2 118
저물녘의 시3 119
수국2 121
비에 젖은 달 122
유배시첩1 124
유배시첩2 126
비몽사몽간에 127
가을통신 128
우물 130
뿌리에 대하여2 133
해시계 135

제4부. 비의 화살
시냇가 138
겨울숲 139
세상 읽기 141
저물녘의 시4 143
오래된 정원 145
그 자리 147
연탄처럼 149
여차 바다 151
견안犬眼 153
견안犬眼2 155
햇빛 사냥 156
비의 화살 158
등대를 찾아서 159
바람에게 161
저물녘의 시5 162
김칫국에 밥 말아 먹은 힘찬 해가 떠오른다 164

해설/ 고노 에이지 교수/문학평론가(아사히신문 기자) 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