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주머니 『소낭』은 패설집으로 18세기 중후반 즈음까지 전해진 패설들을 모아 엮은 이야기집이다. 총 135편의 이야기가 한문으로 실렸는데, 작자인 적빈자(寂濱子)는 당시에 향유되던 이야기를 선별하여 자신의 문체로 재정리하였다. 웃음은 일회적이고 소비적이다. 그저 한바탕 웃고 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때로는 웃음이 다른 의미를 담기도 한다. 특정한 일에 대해 이성으로 대응할 수 없을 때, 웃음은 그때 터져 나오기도 한다. 울음을 넘어선 아픔이 웃음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적빈자. 그도 당시 사회에서 소외된 채로 살아가며 많이 아팠던 모양이다. 가식적인 정치가들, 홀로 깨끗한 척하면서 기실은 정치판이나 기웃거리는 사람들. 적빈자는 그들이야말로 도둑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명분과 실재가 괴리된 그들보다 시정에서 이야기되는 발랄한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들. 오히려 거기에서 희망을 찾겠다고 했다. 세상에 대한 분노를, 그 아픔에 대한 분노를 ‘웃음주머니’라는 책으로 발현한 셈이다. 웃음주머니라고 이름 붙인 책이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