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자 주인공의 죽은 첫사랑이다. 남주와의 접점을 차단해 성공적으로 죽은 첫사랑 포지션에서 벗어난 어느 날.
“돈 보내줄게. 계좌번호 알려줘.”
“넌 무슨 전화번호보다 계좌번호를 먼저 물어봐?”
원작에선 만날 일이 없던 서브남주 우선율과 친해졌다.
“첫눈 올 때까지 봉숭아꽃 물들인 게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던데.”
나는 그의 손톱을 쳐다보며 물었다.
“너 봉숭아 물들였었어?”
“아니. 지금 할 거야.”
“지금? 어떻게?”
봉숭아꽃은 다 졌을 텐데?
“첫눈 오기 직전에 하려고 다X소에서 키트 사놨어.”
그, 그렇게까지……?
뭔 놈의 첫사랑이 그렇게 간절하냐.
그런 의문도 잠시. 나는 녀석에게 고백받은 뒤 죽었다.
다시 눈을 뜬 곳은 내가 아는 역하렘 게임 속 세상.
남주 4번의 여동생이 된 나는 남주 3번 ‘로에스 몬테인’을 만나게 되는데…… 이 게임 캐릭터에게서, 내 친구의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기억해라. 캐플라이드는 제국의 악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몬테인은 역사에서 사라져 마땅하다는 것을.”
나와 녀석이 속한 두 가문은, 옷깃만 스쳐도 안면으로 주먹이 마중 나가는 사이.
야, 우선율아.
우리 큰일 난 거 맞지?
출간작 『양아치 성녀는 파문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