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벚꽃의 만개 소식으로 발그스레한 설렘이 가득할 무렵, 막연하게 저마다의 이유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절정을 이룬 벚꽃잎이 다 진 후에야 마침내 우리는 낯설었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는 우리의 글이 행여나 아쉬움으로 남지 않기 위해, 무지한 하얀 바탕이 빼곡한 글자로 가득 채워질 때까지 무용한 것들 사이에서도 그저 스치는 날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문장 앞에서 때때로 좌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침표를 찍은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우리가 써 내려간 글은 결국 오롯이 내가 살아온 삶이라는 것을.
치열하고 복잡한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갖가지 이유로 삶이 이따금 따분해지고 미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애증일지라도 글을 통해 다시금 삶을 이해하며 사랑해 보려 합니다.
느리게 써 내려간 문장 뒤에는 천천히 차오르는 여운이 함께 합니다. 마침표에서 짙어진 여운이 이 책을 펼친 독자분들에게 고스란히 닿길 바랍니다.

어릴 적 꿈은 작가와 미친 과학자. 지금은 돌고 돌아 글쓰고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화공학도. 예술은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연금술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자아도취와 혐오 그 사이를 유영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여러 언어로 기능하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한국어가 가장 능숙하다. 뜨거운 커피와 코바늘 뜨개질을 즐긴다. 원예도 좋아하지만 반려묘 때문에 자제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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