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난 후에야 (Afterward, 이디스 워튼)>

이디스 워튼은 노벨 문학상을 탈 뻔했던 작가다.

여러 번 후보에는 올랐으나 아깝게도 강력한 다른 후보로 인하여 수상의 기회를 놓쳤다. 한마디로 운이 없었다. 앙리 베르그송 (1927) 시그리드 운세트 (1928) 싱클레어 루이스 (1930)에게 수상의 기회를 내어주어야만 했다.

이 유명한 작품의 원문의 뜻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번역자는 최대한 독자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쉽게 번역하였으나, 가끔 시보다 더 번역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고, 이 작품이 제대로 된 번역판이 없다는 이유가 될 것이다.
거기다가 우리의 번역 풍토에서 단편 소설 하나를 심혈을 기울여 번역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때로 난해할지라도 다른 글보다 천천히 음미하듯 읽으면 그래도 이해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참으로 어이없는 변명이다.) 아무튼 이 아줌마가 멀쩡히 잘 나가다가 때로 이상한 시적인 표현으로 솜씨를 발휘하는 것을 독자는 이해해야만 한다. 그것은 번역자의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이디스 워튼이 즐겨하는 압축적인 표현은 때로 한글로 번역하면 몹시 어색하다.

이디스 워튼의 또 다른 단점을 들자면 구성에서 가끔 실수를 저지른다.

‘Afterward’의 경우는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1) 1910년에 발표한 작품에는 여주인공 메리가 엘웰의 접근을 정원에 차단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이로 인하여 여러 군데 불일치하는 이야기가 전개 되었다. 그래서 그후 개정판에는 이 대목을 수정하여 메리가 엘웰이 남편에게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으로 정정하였다. 본 번역본은 수정판을 사용하여 번역한 것이다.

2) 엘웰이 죽고 그 다음날, 엘웰의 유령은 파비스 변호사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네드를 끌고간다. 파비스는 엘웰이 죽은 사실을 알고 바로 편지로 네드에게 알려 주었고, 이에 대한 답장을 쓰다가 네드는 끌려간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 엘웰이나 파비스는 미국에 있는 사람들이고 네드는 영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이다. 그 당시 아무리 편지가 빨리 가도 최소 미국과 영국 사이에 2주는 걸릴 때였다. 그래서 엘웰이 죽은 바로 다음날 네드가 행방불명되는 그 설정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위의 1) 번은 오래전에 수정판이 나왔지만 2)번은 수정되지 않았다. 저자도 편집자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은 여전히 유명하고 많은 사람이 읽는 단편 소설이다.

세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 2막 1장에 보면 괘종시계가 3시를 친다. 세익스피어 (17세기 초 사망) 시대에는 괘종시계가 있었으나 시저의 시대에는 괘종시계가 있었을 리가 없다. (시저는 BC100 년에 출생) 하지만 그것이 그 작품의 옥의 티는 될지언정 작품성 자체를 깍아내리지는 않는다.

<연적 필멸 (戀敵 必滅) (원제: The Cone(원뿔 뚜껑),H.G. Wells)>

발표 당시 (1895년)에는 꽤나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범죄행위가 완전범죄로 끝났는지 여부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이미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로 범죄행위가 발각되었음을 넌지시 알릴 뿐이다.

웰즈의 20 대 초반의 작품인데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서인지 같은 단어와 문구의 반복이 약간 거슬리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즐길만한 수작의 단편이다.

<이발 (Haircut, 링 라드너)>

링 라드너의 대표적인 단편이다.

농담을 즐기며 사는 무책임한 건달 재담가가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사실상 가혹한 복수인데 그 과정을 링 라드너는 부드럽고 코믹하게 어떤 이발사의 독백의 형식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 미국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텍사스 기계톱 대학살’같은 영화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는 좀 심심한 분위기가 될 수도 있으나, 그래도 한번 읽어 볼 만 하다.

<목차>

1. 시간이 지난 후에야 (Afterward, 이디스 워튼)

2. 연적 필멸 (The Cone, H.G. 웰스)

3. 이발 (Haircut, 링 라드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