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순이는 가슴속이 뭉클 치밀어 올라 한동안 말을 못 하고 보기만 하다가,
“왜 작문을 안 짓구, 선생님의 물음에두 잠자코 있는 거냐.”
하고 앙칼지게 소리를 빽 질렀다.
그래도 인호는 말없이 적의만만한 눈으로 선생의 얼굴만 쳐다보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선다.
그러고는 또 한동안 마주 쏘아보기만 하다가 입술을 푸들푸들 떨며 씨근거린다. 그러나 얼른 말은 꺼내지 못한다.
그 순간, 남순이는 ‘아차’ 하고 속으로 뉘우쳤다.
빤히 노려보던 인호의 눈에 눈물이 핑 껴돌자,
“어머니가 없는 걸 뭘 써요.”
확 내뿜는 소리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목메어 느낀다.
남순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인호의 들먹거리는 어깨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