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판 들어가는 글

1997년 초판 이후 20년 만에, 그리고 제4판 이후 9년 만에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 마침 본 저자가 정년을 맞이한 해라 의미가 남달랐다. 유효하지 않은 내용을 수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겨둔다는 것이 직무유기처럼 느껴졌다. 몇 달간 진부한 내용을 지우고 새로운 내용을 더하고자 애썼다.
본서의 개정으로 제2장에는 지난 9년간의 M&A 활동 내용을 새로이 담았다. 제 3장과 제13장에는 관련법의 개정 내용을 담았다. 증권거래법은 자본시장법으로, 도산관련 특별법 등은 도산법으로 통합되고 여러 번 개정되었다. DIP 도입, 회생법원의 탄생 등 선진화 작업도 차근차근 이뤄졌다. M&A 회계와 세무도 IFRS 도입과 관련세법의 개정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내용들을 제7장에 반영하였다. 그 외에도 각장의 모든 내용들을 2017년 현재의 시각에서 다시 썼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경영은 커다란 변혁기를 거쳤다. 두 번의 경제위기로 기회를 찾은 기업도, 파산한 기업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주인이 수없이 바뀌었다. 2010년 이후에는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M&A가 활성화되고 있다. 삼성그룹과 SK그룹이 시도 중인 하만이나 도시바반도체부문 인수규모는 각각 8조, 20조로 덩치도 커지고 있다. PEF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연금, 공제회, 보험사 등이 보유한 거대자금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M&A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글로벌 M&A시장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2016년 미국 다우지수는 2만을 넘었고 역사상 가장 큰 M&A 실적을 보여주었다. M&A는 기업에게는 필수불가결한 성장전략으로, 대규모 자본보유기관에게는 위험 대비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주는 투자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0년 이후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대이다. AI, IOT, 클라우드 컴퓨팅, 핀테크 등이 융합하여 빅데이터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능화하면서 기업경영환경을 뒤바꿀 것이다. 기업들은 신속한 대응으로 이들 기술이 만들어낼 가공할 만한 변화를 따라잡아야 할 것이다. 구글의 딥마인드, 삼성전자의 비브랩스 인수 등은 그 대응의 시작에 불과하다.
또한 2020년대 우리 기업들이 유의해야 할 부분은 지배구조에 대한 도전이다. 특히 우리나라 주요 그룹 소속 기업들의 지배구조상의 약점을 겨냥한 경영권 도전이 예상된다. 향후 해외의 기업사냥꾼들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도 과거처럼 국내기업이란 이유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불투명한 경영에서 벗어난 주주중심경영으로의 전환이 궁극적인 해법이지만, 당분간은 경영권 공격에 대한 방어능력을 갖추어 놔야 한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은 또 다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요식행위가 아닌 실제적인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공정하게 거래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신기술과 경영권을 제값 주고 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장애가 되었던 기술에 대한 평가의 어려움도 새로운 기법의 개발로 해소해야 한다. 이 부분은 M&A 전문가들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한편 증권사들의 대규모화는 한국 IB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큰 규모의 M&A 거래는 모두 해외 IB가 독식해 왔던 과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금융은 사람과 정보 그리고 신용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법은 정비되고 있으나 윤리의식은 부족하고 전문인은 수나 자질 면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 국내 IB들은 M&A 인력과 정보체계를 키워 거대 IB들과의 한판 승부를 준비해야 한다. 많은 인재들이 금융과 M&A 분야에 종사하면서 경제도 살리고 늘어나는 지식과 소득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개정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제7장의 세무부문은 홍익대 조형태교수님이 개정작업을 주도해 주셨고, 제7장의 회계부문은 방통대의 선우혜정 교수가 점검하였고, 제2장과 제11장의 M&A관련 자료는 각각 자본시장연구원 이종은 연구원과 삼성자산운영(주)의 선우영 과장이 제공해 주었다. 이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제5판으로의 개정을 흔쾌히 허락해 주시고 출판에 큰 비용을 마다하지 않으신 율곡출판사의 박기남 사장님과 표지제작을 해주신 방조일 이사님 그리고 오랜 기간 교정 작업을 꼼꼼히 해주신 신재혁 차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지난 40년간 곁에서 학업과 연구를 묵묵히 지켜보며 아낌없이 도와준 아내 황인성 여사에게 무한한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2017년 3월 5일
압구정 서재에서
저자